외식 프랜차이즈 본사의 사주인 A씨는 자신이 실소유한 가맹점 60곳을 직원 60명 명의로 개설한 뒤 이중장부를 작성해 매출 약 1,000억원을 신고 누락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A씨는 본사 법인자금 200억원을 빼돌려 이 돈으로 고가 부동산도 대거 사들였다. 국세청은 소득세 500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B씨는 신용불량자 등 취약계층에게 연 400~2,000%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는 부산의 미등록 불법대부업자다. 그는 폭언ㆍ협박 등 불법추심을 통해 대금을 회수했는데, 이를 모두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자소득은 전액 탈루됐다. B씨는 이런 돈을 고급 아파트와 외제차를 사들이는 등 호화 생활에 썼다.
국세청이 17일 고소득사업자 203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프랜차이즈 본사, 불법 대부업자, 부동산 임대업자 등 일부 고소득사업자의 탈세가 줄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영세 사업자에게 갑질ㆍ폭리로 피해를 주면서 세금을 안 내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우선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건물수리비 등을 임차인에게 부담시키거나 계약 연장을 미끼로 월세를 대폭 인상하고 인상분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과소 발행하는 ‘갑질’ 임대업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또 친인척 명의로 학원을 설립한 후 학원비를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아 매출을 축소 신고한 뒤 탈루소득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이른바 ‘스타’ 강사도 조사 대상에 올렸다. 인테리어 시공 후 현금할인을 미끼로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매출을 신고 누락한 인테리어 업자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비자금 조성을 위해 직원 등 제3자 명의로 유령 인력공급업체를 설립,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은 친인척을 직원으로 등재해 인건비를 계상한 부동산개발업자에 대해서도 고강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국세청은 특히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 관련인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 사용, 이중장부 작성, 각종 서류의 파기ㆍ은닉ㆍ조작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국세청은 최근 5년간(2013~2017년) 탈루 혐의 고소득사업자 총 5,452명을 조사해 3조8,628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만 1,107명을 조사해 9,404억원을 추징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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