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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특별수행원 사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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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특별수행원 사연들

입력
2018.09.16 2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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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희 언니 만나면 일단 꼭 안아주고 싶다”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명단에 이름이 오른 현정화(49) 렛츠런 탁구단 감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따낸 리분희(50)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과 이번에는 재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현 감독은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명단이 발표된 1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분희 언니가 북측 수행원으로 온다면 정말 ‘대박’ 아니겠느냐”며 “기대는 하고 있지만 어찌될지는 모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현 감독과 리분희는 남북 최초 단일팀이 구성됐던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연을 맺었다. 남북을 대표하는 에이스였던 둘은 힘을 합쳐 여자 단체전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현 감독은 “분희 언니랑 서로 애인이 누구인지도 털어놓을(리분희는 북한 남자대표 김성희와 결혼) 정도로 우린 서로 마음을 열었다”며 우정을 떠올렸다.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때 상대국으로 리분희와 맞붙은 뒤 25년 동안 현 감독은 “분희 언니 한 번 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언니를 만난다면 ‘언니, 우리 이제 자주 얼굴 좀 봐’라고 말하고 싶다”며 애타는 그리움을 숨지지 못했다.

특별수행원단에는 영양중학교 3학년 김규연(15)양과 대학생 이 에스더(20)씨도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규연양은 6ㆍ25 전쟁 때 형님과 헤어진 실향민 김현수씨(77)의 손녀다. 김씨는 지난달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60여 년 만에 꿈에 그리던 북측의 형을 만났는데 당시 김씨의 손녀가 북측의 큰 할아버지께 쓴 손 편지가 화제를 뿌렸다. 그 손 편지의 주인공이 바로 규연양이다. 이 에스더씨는 통일부가 운영하는 대학생 기자단과 남북 간 국면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남측 ‘청년층’ 대표격으로 방북하는 셈이다. 이날 특별수행원단 명단을 발표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두 사람을 지칭해 “이렇게 젊은 특별 수행원이 참여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리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일구어 갈 통일의 주역들이란 의미를 담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작곡가 김형석(52)씨와 래퍼 지코(26), 가수 에일리(29)도 주목되는 특별수행원들이다. 김씨는 자신이 특별수행원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TV로 보며 울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떠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 외가의 고향은 함경도다. 실향민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씨는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아리랑’ 등을 새롭게 편곡해 피아노 연주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털어놨다. 북측 가수와 북한 노래인 ‘심장에 남는 사람’ 협연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김씨는 “음악을 통해 남과 북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단에 래퍼로는 유일하게 초대된 지코는 “방북 특별수행자 명단에 포함돼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중요한 자리에 초대해 주신만큼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오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성 가수로는 홀로 북한을 찾게 된 에일리는 “남북이 교류하는 뜻 깊은 자리인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고 소속사를 통해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및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최초로 정부 수행원으로 포함되면서 남북간 노동계 교류도 한층 활발해 질 전망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민간 교류의 한 축이었던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 측과 부문별 상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확산하는 데 역할을 다하기 위해 참석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11월 총파업을 준비로 바쁜 시기에 방북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등이 수행단에 포함돼 내부적으로 상당한 우려와 문제의식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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