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방북 수행단 66명 발표
청와대가 16일 발표한 66명의 방북 수행원 명단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메시지와 의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 협력 확대, 남북 모두를 고려한 감동 이벤트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고려, 강경화 전격 포함
정부를 대표하는 공식 수행원에는 조명균 통일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북한 비핵화 관련 핵심 인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을 좁히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특히 강 외교부장관은 역대 외교부장관 가운데 최초로 평양을 공식 방문한다. 비핵화 국면에 미국이 중요 변수임을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달 말 유엔 총회 때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연내 추진 중인 2차 북미 정상회담 등도 강 장관의 배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퇴임을 앞둔 송 국방부장관의 평양 동행도 주목된다. 남북 간 군사 긴장 완화와 군축 문제의 시급성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은 그동안 장성급 회담 및 군사실무회담 등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철수,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의 평화수역 조성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 경협 인사 대거 포함
경제 분야 수행원을 보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엿보인다. 우선 정부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이 포함됐다. 북한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철도ㆍ산림ㆍ해양 분야 협력에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북한의 철도, 도로, 전력 발전을 논의할 핵심 멤버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도 평양을 찾는다.
물론 청와대는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위해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경제 수행단을 통해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를 내 비쳤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3대 그룹 총수 및 전문경영인을 동행시킨 게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이 아직 마무리 되지도 않았지만 수행원에 포함시켰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경우 미국 정부와의 면담이 잡혀있어 평양행이 불발됐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진전을 이룰 자신이 있어 수행원에 경협 관련 인사를 대거 포함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제인이 많이 배정된 배경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감동 이벤트 펼쳐질까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가수 지코와 에일리, 김형석 작곡가가 평양을 찾는다. 임 실장은 “세 분이 만들어내는 평화의 화음이 남북관계의 풍성한 가을을 그려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남측 공연, 4월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이어 깜짝 평양 공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석자의 손녀인 강원 양양중학교 3학년 김규연양은 최연소 특별 수행원이 됐다.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이에스더씨는 ‘청년’ 특별 수행원 자격이다. 임 실장은 “할아버지의 아픔을 공유한 새로운 세대가 평양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2003년생 김규연 학생부터 1934년생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까지 평양에 함께 간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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