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종교탄압을 지속 중인 가운데, 중국과 교황청이 중국 내 주교 서품(敍品)과 관련해 상호 권한을 인정하는 절충안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져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과 교황청이 이달 말 주교 서품과 관련한 획기적인 합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합의안은 중국 정부가 중국 가톨릭 교회 수장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식 인정하고 중국 정부가 지명한 주교에 대해 거부권을 주는 대신, 교황이 중국 정부가 교황청 승인 없이 임명한 주교 7명을 정식 성직자로 받아들이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교회 내에서는 이를 두고 교황이 큰 양보를 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탈리아 시사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산드로 마지스터는 WSJ에 “지금까지 교회는 주교 지명에서 세속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는데, 중국과의 합의가 나오면 이 같은 성취는 부인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콩교구 교구장을 지냈던 조셉 젠 추기경은 지난 3월 중국과 교황청 간의 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제발 나를 교황으로 인정해 주시오’라고 교황이 중국에 무릎을 꿇은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교황이) 권위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당국의 종교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베이징의 최대 지하교회인 시안교회가 교회 내 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거부한 뒤 얼마 전 폐쇄됐다”며 “몇몇 가톨릭 교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시안교회 소속 목사는 이와 관련 WP에 “중국 공산당은 종교를 경쟁자로 보고 가톨릭 교회, 개신교 교회, 불교, 이슬람 등 모든 종교가 당에 충성 서약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1951년 교황청이 대만 정부를 인정하자 바티칸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직접 중국 내 주교를 임명해 왔다.
교회 내부의 부정적 여론으로 중국과 교황청 간의 협상이 막판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WSJ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합의가 안 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바티칸 대변인도 “대화가 계속해서 오고 가는 건 맞지만 지금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바티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 중”이라고만 밝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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