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상위 4개 통신사 중 3곳과 SK텔레콤의 5세대(G) 이동통신 장비 공급사로 선정되며 글로벌 시장에 5G 장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5G 장비에서 중국 화웨이 등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삼성전자는 인력 확충 등을 통해 5G 사업에 속도를 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미국 2위 통신사 AT&T의 4G(LTE) 및 5G 사업을 동시에 수주한 삼성전자의 미국 5G 고객사는 1위 버라이즌(Verizon)과 4위 스프린트(Sprint)를 포함해 3곳으로 늘었다.
1억1,6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버라이즌을 비롯해 세 통신사의 무선 가입자 수는 무려 2억7,300만명에 이른다. 3위 통신사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꾸준히 합병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가 합병할 경우 삼성전자는 미국 전역에 5G 장비를 깔 수 있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이동통신장비 시장은 84억7,800만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로 세계 1위다. 중국(46억1,400만달러)이나 인도(44억8,900만달러)보다 80% 이상 크고, 특히 기지국을 촘촘히 세워야 하는 5G 장비 시장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보안상의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는 1999년 스프린트에 처음 CDMA 기지국을 공급한 이후 19년간 현지 통신사들과 쌓은 신뢰를 수주 성공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통신용 반도체부터 장비와 단말기를 아우르는 데다, 인공지능(AI)과 생활가전까지 통신사의 신규 사업 확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도 삼성의 강점이다.
미국에 이어 내년 3월 세계 첫 5G 상용화를 준비 중인 SK텔레콤의 장비 공급사로 선정된 삼성전자에는 루마니아와 터키 등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통신사들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네트워크 시장조사기업 델오로(Dell'Oro)가 집계한 올해 2분기 글로벌 통신장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의 ZTE를 누르고 4위에 오른 것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5G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다”며 “국가별 통신사마다 제각각인 기술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국내외 인력을 확충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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