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남북 사이에 새로운 ‘태양의 길’ 개통을 추진한다. 남북간 연결 도로에 친환경 방식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 북측에 전기를 공급하자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는 또 만약 유엔ㆍ미국 대북제재에 막힐 경우, 남측에 먼저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자유로에서 북한 평양직할시를 지나 황해북도 개성시까지 총 226㎞ 도로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태양의 길’ 사업이 최근 북측에 제안됐다. 사업 제안은 지난 7월 평양 통일농구대회와 8월 서울 남북노동자축구대회 등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청와대에서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의장 자격으로 포함된 박원순 시장은 다시 한번 북측에 ‘태양의 길’ 사업을 전달하고 구체화 시킬 예정이다.
구체적인 ‘태양의 길’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자유로~개성시에 총연장 59㎞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평양개성고속도로에 총연장 167㎞의 설비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총 72메가와트(MW) 규모의 전기를 북측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태양의 길 사업비는 별도의 민관협력 기구를 구성, 시 외부에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를 통해 생산된 전기는 북측에서 활용하고 일정 시간 이후 투자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북측에 전달한 ‘태양의 길’ 제안에 사업 계획들이 포괄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북측의 공식답변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시는 유엔ㆍ미국 대북제재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제재와 무관한 경평축구 부활, 전국체전 공동개최 등의 문화ㆍ체육 교류를 추진하면서 ‘태양의 길’ 사업 관련 협의도 북측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시는 서울대공원 침팬지와 평양중앙동물원의 시베리아 호랑이, 서울식물원의 서울개발나물과 평양중앙식물원의 함박꽃나무 등을 맞바꾸는 동ㆍ식물자원 교류(본보 9월 5일자 3면)도 북측에 제안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대표단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오래 전부터 구상해 왔던 서울~평양간 포괄적 교류협력 방안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분야부터 하나씩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며 “우선은 그토록 바래왔던 경평축구 부활과 제100회 전국체전 서울-평양 공동개최에 단초를 만드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남북정상회담 방북 대표단에 박 시장과 함께 최문순 강원지사가 포함되면서 전국 지자체의 대북 사업 논의 또한 한층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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