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제 공조로 ‘국제카르텔’ 적발
2000~2014년 콘덴서 가격인상ㆍ유지 담합
삼성ㆍLG전자 등 국내업체 구입가 악영향
산요전기 등 일본 전자부품 제조업체 9곳이 스마트폰ㆍ가전 등 전자기기의 핵심 재료인 ‘콘덴서’를 국내에서 판매하며 10년 넘게 가격을 담합하다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총 361억원을 부과 받았다. 제재 대상은 니치콘, 산요전기, 엘나, 히타치화성일렉트로닉스, 루비콘, 일본케미콘, 토킨, 마츠오전기, 비쉐이폴리텍 등이다. 공정위는 이중 비쉐이폴리텍 등 4개 법인과 일본케미콘 소속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일본계 업체들은 2000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공급하는 알루미늄ㆍ탄탈 콘덴서의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거나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2007년 7월 ‘서로 가격경쟁을 자제해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기본 원칙에 암묵적으로 합의한 후, 환율 하락(엔화가치 절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가격을 올려야 할 시기마다 생산량, 판매량, 가격인상계획, 인상률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경쟁당국에 적발될 가능성을 우려, 사내 임직원들에게 담합 관련 회의록을 메일로 보내며 ‘읽은 후 삭제할 것’, ‘메일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쓸 것’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안병훈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규모의 경제(생산량이 늘수록 생산비용이 줄어 수익이 높아지는 효과)가 작용하는 콘덴서 산업의 특성상 업체들은 수요처로부터 상시적인 가격인하 압력에 직면했다”며 담합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은 일본계 업체로부터 콘덴서를 공급 받는 삼성, LG 등 국내 전자업체의 가격ㆍ품질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약 14년간의 담합기간 중 콘덴서 가격이 오르거나, 인하가 저지되는 등의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일본계 업체들이 한국에 수출한 콘덴서 공급규모는 7,400억원에 달했다. 실제 2006년 국내 A사가 품질향상을 위해 신제품 콘덴서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일본케미콘과 루비콘의 사전 정보교환 및 그에 따른 가격인하 저지로 결국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2014년 6월 이번 담합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대만, 싱가포르 경쟁당국과 공조하기도 했다. 안병훈 과장은 “국제카르텔 사건은 조사 대상이 한국에 있지 않아 긴 시간이 걸린다”며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수입 중간재 시장의 반(反)경쟁 행위를 차단, 국내 전자나 정보통신 분야 등 전ㆍ후방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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