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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Tㆍ게임업계 잇따른 노조설립, 포괄임금제부터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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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Tㆍ게임업계 잇따른 노조설립, 포괄임금제부터 개선하라

입력
2018.09.17 03:5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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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정보기술)와 게임업계에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IT업계 최초로 네이버에 노조가 설립된 데 이어 이달 들어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 노조가 설립됐다. 노동조합 불모지라고 했던 ITㆍ게임업계에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다른 업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노동시간과 열악한 임금이 고질화한 ITㆍ게임업계에서 노조 설립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체 12곳의 노동자 3,250명 중 63.3%에 이르는 2,057명이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6시간을 더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잇달아 자살하거나 돌연사해 정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으나 장시간 노동은 일부 업체를 거의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게임 등의 신작 출시를 앞두고 3개월 이상의 고강도 노동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한다.

보상도 없는 과도한 근무가 만연한 이유는 포괄임금제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 등에도 추가로 수당 등의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무리 많이 일해도 임금상승이나 복지지원 등을 기대할 수 없다. 네이버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이미 폐지됐고,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의 핵심적인 요구도 폐지 또는 개선이다.

ITㆍ게임업계에서는 밤새 건물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구로ㆍ판교의 등대, 오징어배’ 등 자조의 목소리가 높다. 소규모업체에서는 대체휴일 등의 보상조차 기대할 수 없다. 개별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자리도 없어지는 고용 불안도 문제다. 회사 외형은 대기업이 되었으나 인사 처우개선 등 운영은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벤처기업 수준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업계의 특성상 특정시점에 일이 몰릴 때도 있지만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과로를 일상화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에 올라있다. “그저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호소에 우리 사회가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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