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염물질과장
추석이 코앞이다.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 채소 생선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걱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식품에 독성 성분이 있다고 하면 많은 이가 의아해하며 놀랄 것이다. 나물류는 영양적으로 우수하지만 독성 성분이 있어 고민이다. 이미 알려진 독성을 가진 식품을 먹을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독소를 없앤 뒤 먹는다.
나물의 독소를 제거하는 조리법이 있다. 데치기라는 조리법으로 우리 민족은 독소를 제거하고 나물을 안전하게 먹어 왔다. 대표적인 나물이 고사리, 죽순, 톳 등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고사리를 데쳐(삶아서) 말린 후 보관하다가 필요한 시기에 나물로 먹어 왔다.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고사리에는 타퀼로사이드와 티아미나제 같은 성분이 있어 날것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고사리를 데쳐 먹으면 티아미나제와 타퀼로사이드 같은 성분은 거의 대부분이 활성을 잃거나 흐르는 물에 용해돼 없어진다. 타퀼로사이드는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소이지만 고사리에는 분량이 미미하고, 사람은 많이 먹지 않아 고사리를 먹는다고 암이 발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성분도 물과 함께 끓이면 대부분 제거된다.
비타민 B1 분해효소인 티아민나제는 비타민 B1 결핍을 초래해 에너지 생성을 방해해 힘이 없고 쉽게 피로해진다. ‘고사리를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옛말은 여기서 나온 건 아닐까. 이 효소도 데치면 불활성화된다.
죽순도 식욕을 돋우는 먹거리이자 병을 고치는 약재로 쓰였다. 죽순은 90%가 수분이지만 식이섬유와 단백질, 생리활성 물질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죽순도 결석을 유발 할 수 있는 옥살산과 시아노겐이라는 독성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날로 먹으면 복통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지만 끓는 물에 데치면 독성이 없어진다.
톳, 모자반 등은 다양한 미네랄과 식이섬유를 함유해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톳과 모자반 중 무기비소가 각각 평균 3.3㎎/㎏, 4.0㎎/㎏이 함유돼 생으로 다량 먹으면 해로울 수 있다. 톳이나 모자반 중 무기비소는 끓은 물에 데치면 90% 이상이 제거된다. 우리 조상은 톳과 모자반을 날로 섭취하지 않고 끓은 물에 데쳐 먹었다. 선조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는 다행이 무기비소가 아닌 해롭지 않은 유기비소 형태로 비소를 함유해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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