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중견 건설사인 성지건설이 한국거래소로부터 퇴출 명령을 받았다. 성지건설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감사한 한영회계법인이 ‘의견 거절’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성지건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거래가 정지된 성지건설은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팔 수 있는 정리매매기간(9월 19일~10월 2일)을 거쳐 다음달 4일 코스피 시장에서 사라진다. 국내 상장사가 코스피 시장에서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로 퇴출되는 것은 지난 2015년2월 로케트전기 이후 3년 7개월만이다.
한영회계법인은 성지건설의 대주주와 관련한 자금 유출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성지건설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성지건설의 대주주인 엠지비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성지건설의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광일철강(141억원) 엔비캐피탈(95억원) 기타 개인(14억원)으로부터 자금을 빌렸다. 성지건설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매출채권 141억원을 광일철강에 담보로 제공했다.
유상증자 후 성지건설은 계약이행보증금 명목으로 35억원을 엠지비파트너스에 빌려줬고 법무법인을 통해 추가로 150억원을 대여했다. 이 자금은 다시 엔비캐피탈(124억원)과 광일철강(6억원) 등으로 흘러들어갔다. 성지건설은 또 엠지비파트너스의 특수관계자인 하이컨설팅에 65억원을 추가로 대여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유상증자로 유입된 금액과 동일한 250억원이 유출된 부분을 의심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유상증자 가장 납입과 횡령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은 성지건설이 2016년과 지난해 진행한 두 차례의 전환사채(CB) 발행(298억원) 과정도 문제 삼았다. 한영회계법인은 감사 과정에서 제3자에게 디지털 포렌식(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 조사를 의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지건설은 한영회계법인이 제출한 재감사보고서 첨부자료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첨부된 문서의 오류는 인정되지만 이 오류가 상장폐지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성지건설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는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예정대로 다음달 4일 성지건설의 상장폐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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