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실수요자 보호ㆍ공급 확대 취지”
김병준 “부동자금 두면 또 다른 투기시장으로”
손학규 “부동산 정책 누더기처럼 땜질”
여야가 정부의 9ㆍ13 종합 부동산대책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으며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은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에 승리할 것”이라며 투기 심리 잡기에 당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반면 야당은 “시장을 이기려는 정책으로, 집값 안정에 실패할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여야는 다음 주 발표될 주택 공급 방안과 함께 이번 부동산 대책이 추석 밥상에서 가장 관심 있게 다뤄질 이슈로 보고, 여론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정책 추진 동력을 얻어 시장 안정은 물론,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의 경제실정을 부각해 여권의 입지를 좁히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목표는 분명하다”며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라고 정부 정책을 옹호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어제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는데, 궁극적으로 집은 주거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불 나는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혹평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절한 산업정책이 없는 등 부동자금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이 돈은 다시 다른 투기시장을 향하게 돼 있다”며 “부동자금을 흡수하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유과세를 낮추려면 거래과세를 낮춰야 하는데, 지금은 거래 관련 세금 자체를 낮추는 게 거의 없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요 공급의 큰 틀에서 정책을 취하지 못하고 행정만능주의로 부동산 정책을 누더기처럼 땜질하고 있다”며 “유동자금이 제대로 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그나마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야기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9ㆍ13대책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꼬집으며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경제 정책의 총체적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당 지도부는 물론 여야 의원들까지 정책 공방에 가세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전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총출동해 여론전에 불을 지폈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대책은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 맞춤형 대책이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투기 세력과 집값을 잡을 강력한 대책”이라고 추켜세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포퓰리즘적인, 국민 선동을 위한 정치공세”라며 야당의 지적에 맞섰다.
야당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대안이라며 정부에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이 빠진 부동산 대책”이라며 “이번 정부 들어 강화한 재건축 규제만 원상복구 해도 물량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강남의 재건축을 (정부가) 막아 강남 집값은 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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