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없는 환자에게 영양공급을 중단하는 등으로 삶을 마감케 하는 ‘소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60% 이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은 2016년 7∼10월 국내 12개 병원에서 일반 국민(1,241명), 암 환자(1,001명)와 가족(1,006명), 의사(928명)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통증조절,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소극적 안락사, 적극적 안락사, 의사조력자살 등 5가지 삶의 마지막 중재방식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BMJ 오픈(Open) 온라인판 9월호에 발표됐다.
소극적 안락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영양공급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적 죽음에 앞서 생명을 마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 의사가 직접 치명적인 약을 주입하면 적극적 안락사, 의사가 처방한 치명적인 약물을 환자가 복용하면 의사조력자살에 해당한다.
논문에 따르면 생존 기간 단축 가능성이 있더라도 마약성 진통제 등으로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적극적인 통증조절’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83.1%, 암 환자의 88.5%, 환자 가족의 92.5%, 의사의 98.9%가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88.7%, 암 환자의 88.3%, 환자 가족의 89.5%, 의사의 98.9%가 찬성했다. ‘소극적인 안락사’는 의사의 찬성 비율(77.2%)이 가장 높았고, 일반인(66.5%), 암 환자(60.0%), 환자 가족(55.3%) 순이었다. ‘적극적인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율은 오히려 일반인(41.4%)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암 환자(38.2%), 의사(35.5%), 환자 가족(31.7%) 순이었다. 의사조력자살도 적극적인 안락사와 양상이 비슷했다.
윤영호 교수는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은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60∼90%에 달한다”며 “유럽이나 북미 사람들은 자율성과 개인주의가 강해 안락사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지만, 우리는 아직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서 환자의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아 덜 수용적인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안락사 논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