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동력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14일 이화여대에서 ‘전세계 젊은 여성의 경제 및 정치적 역량 강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특강 연사로 나선 아사 레그너 유엔여성기구(UN WOMEN) 부총재는 ‘여성 노동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레그너 부총재는 이를 위해 “남녀 간 임금격차, 여성 경력단절, 정치권 진입 어려움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특강에서 레그너 부총재는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여성은 차별당하고 있다. 여성은 여전히 열악하고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운을 뗀 뒤, “젊은 여성들이 경제, 정치 분야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 나아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할 수 있는 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그너 부총재는 우선 남녀 간 ‘임금격차’ 문제를 언급했다. “왜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이 낮은지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그너 부총재는 이에 대한 답으로 ‘출산’을 꼽았다. 레그너 부총재는 “여성이 짧은 기간 출산으로 (노동력 제공이 멈추는 것에 대해) 사회가 낮은 임금이라는 ‘벌’을 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남성들도 출산휴가를 가는 등의 방식으로 여성과 똑같이 출산을 경험하면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 이후 여성들의 ‘경력단절’도 언급했다. 레그너 부총재는 “(경력단절로) 국민의 반인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흡입 못하면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유엔 회원 국가들이 여성 노동력 투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투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레그너 부총재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위한 해결책은 육아, 보육에 대한 투자”라며 “보육과 양육을 사회에서 맡으면 여성에게만 도움될 거라 생각하지만, 남성들로 하여금 아이들과 가까워 지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레그너 부총재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권에 “얼마나 많은 여성이 진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레그너 부총재는 “많은 유엔 회원 국가들이 ‘여성 할당제’를 시행한 결과 여성들의 정치권 진입이 늘어났다”며 “특히 스웨덴은 여성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우지 않는 정당은 ‘뒤떨어진 정당’이라는 사회적 압박이 거세다. 할당제가 없는데도 자연스럽게 할당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레그너 부총재는 이날 이화여대 특강 외에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ㆍ코이카) 등 한국 정부 기관들과 여성 인권 관련 추진 사업을 검토할 예정이다. 레그너 부총재는 “현재 코이카 측과 논의 중인 것은 ‘여성 교육’과 관련된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여성이 교육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그너 부총재는 5월 유엔여성기구 부총재이자, 유엔 사무차장보로 임명됐다. 부총재 취임 이전에는 스웨덴의 아동ㆍ노령자ㆍ성평등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스웨덴의 성평등 정책 이행과 여성 폭력방지를 위해 힘써왔다. 2011년 출범한 유엔여성기구는 현재 52개국 여성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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