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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 위상 달라진 대한민국 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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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 위상 달라진 대한민국 화장품

입력
2018.09.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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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오후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아모레 홀’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창립 73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태동 시점을 어느 시기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1945년 9월 5일 창립한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을 그 출발로 보는 시각이 화장품 업계의 통념이다.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의 창립 73주년이라는 이야기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역사 역시 이제 73년이 되었다는 소리다.

100년도 되지 않은 화장품 역사 73년. 하지만 오늘날 국내 화장품은 세계 시장에 높은 위상을 자랑하며 세계의 화장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내 화장품 업계 한 원로는 대한민국 화장품 기업들이 걸어 온 73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표현 했다.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화장품의 위상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다양한 노력들과 함께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 정부의 사업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 제조 기술의 발전이 있다.

달라진 대한민국 화장품의 위상

한류 열풍과 함께 K-뷰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 K-드라마와 K-팝이 전세계에 퍼지고 스타들의 스타일링과 화장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K-뷰티에 대한 세계인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잠재 시장인 중국과 가까운 거리와 빠른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감각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말들이 화장품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8,90년대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카피하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오늘날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소재 발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된 독창적인 제품들을 만들어 내며 세계 화장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2008년 선밤을 시작으로 비비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마스크팩 열풍까지 이른바 대한민국표 화장품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혁신 제품들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대되며 세계 화장품 트렌드에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신제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거나 시장 반응을 보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업계에 이어 화장품 업계 역시 대한민국 소비자들을 통해 제품 성공여부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차세대 유망 화장품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 역시 K-뷰티를 활용하기 위해 직접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업을 인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중세안, 단계별 기초 제품 등 한국의 피부관리 방식이 ‘코리안 스킨케어’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거나 좋은 성과를 올리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중국발 사드 정국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감소하면서 내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수출은 역대 최고를 갱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K-뷰티 열풍’의 중심,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

국산 화장품 품질이 처음부터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국내 화장품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았다.

1999년까지 화장품은 약사법에서 규정한 의약품 범위에서 관리돼 규제에 묶여 있었다. 그래서 화장품 품질 관리도 이렇다 할 기준 없이 미흡한 수준이었다.

결국 오늘날 K-뷰티 명성을 얻기까지는 정부와 여러 기업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화장품법이 처음 시행된 것은 2000년이다. 이때부터 화장품 제조업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고해야 했고 기능성 화장품을 제조 및 수입하려면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했다.

또한 화장품 원료의 성분과 규격, 안정성도 심사의 대상이 되었다. 화장품의 용기나 포장에 성분의 명칭과 기능성 화장품 표시 등을 기재해야 하는 법이 생긴 것도 이 시기다.

2008년 10월부터는 화장품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됐다. 화장품이 어떤 구성으로 이뤄져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제품 이름과 제조업자, 제조판매업자의 이름과 주소, 제조번호, 사용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 기간, 성분, 내용물 용량 또는 중량, 가격, 기능성 화장품 표기, 주의사항 등을 표기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전성분 표시제 시행으로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들어간 성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기능성 화장품 등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들도 국내 화장품 품질 개선에 온 힘을 다했다. 유럽에서 시작된 제약회사의 제조 관련 품질관리 기준인 GMP(Guideline on Good Manufacturing Practices)를 화장품 생산에 도입한 것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 업계는 GMP에 코스메틱(Cosmetics)을 붙여 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인증을 ‘CGMP’로 명명하고 있다.

우수한 화장품 제조를 장려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제표준화기구(ISO) 화장품 GMP 기준에 따라 고시한 인증이다.

이렇듯 국산 화장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산관협력은 국내 화장품 시장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는 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품질과 기술력이 높아지고 시장이 커졌을 뿐 아니라 마스크팩, 쿠션 파운데이션 등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전성분표시제 시행은 소비자들이 국내 화장품에 대한 신뢰를 갖는데 기여했다.

대한민국 화장품 발전의 숨은 공로자

100년의 역사도 되지 않은 대한민국 화장품 제조 분야는 오늘날 세계 시장의 K-뷰티 열풍 속 ‘품질 신뢰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화장품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들이 있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굴지의 국내 ODM 업체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품질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 화장품에 대한 신뢰를 쌓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ODM의 시초는 한국콜마였다. 한국콜마는 국내에 화장품 전문 제조, 즉 ‘ODM’, ‘OEM’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기업이다.

1990년 이전에는 지금처럼 제조원과 판매원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한 개의 업체가 연구 개발부터 제조, 판매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콜마를 필두로 한 국내 화장품 ODM 업체들은 상품의 기획 및 개발에서 완제품의 생산과 품질 관리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제조원과 판매원이 각자 서로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판매원은 마케팅과 유통에 집중하고 제조원은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해 화장품 품질과 소비자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화장품 브랜드숍이다. 2002년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가 등장 한 이후 ODM 생산 방식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 급속도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이후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이 같은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히트 제품들도 다수가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한류 화장품으로 꼽히는 비비크림은 첫 출발이 ODM으로 제안된 제품이었으며 이후 출시된 수많은 업그레이드 버전 역시 ODM 생산 방식으로 선보여진 제품들이다.

하지만 국내 ODM 전문 업체들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전성분 EWG 그린 등급 제품, 천연 유래 성분 화장품 등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더 나은 품질의 화장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오늘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화장품 전문 제조사는 국내 화장품 품질 제고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 성공 사례의 밑받침이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글로벌 기업에 매각된 카버코리아나 스타일난다 등이다. 두 성공 사례는 모두 화장품 제조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디어와 마케팅 능력만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화장품학회 강학희 회장은 “제조와 연구는 제조 전문기업이 맡고 브랜드사는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결과가 K-뷰티의 힘”이라며 “구성원 하나하나가 조화로운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K-뷰티 전성시대는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지흥 뷰티한국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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