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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사법부 신뢰ㆍ위상…삼권분립 위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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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사법부 신뢰ㆍ위상…삼권분립 위기 초래

입력
2018.09.1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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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부가 13일 창립 7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조계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현직 대법원 고위 법관을 비롯한 전·현직 판사 50여명이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연루 판사들에 대한 잇따른 영장기각과 법원의 ‘증거인멸 방조’ 논란까지 더해지며 사법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례 없는 사법부 위기 속에 사법개혁과 사법부 안정화를 이끌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 문제와 침묵 속에 잠재된 노ㆍ소장 판사의 갈등 분위기 등 삼각파도에 직면한 현 사법부가 과연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어정쩡한 자세로 검찰권에 압도당하고, 여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바닥을 알 수 없는 사법부 위상 추락으로 삼권분립 위기까지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명수 코트’로 번진 사법불신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6월15일 대국민담화 이후 석 달 만에 침묵을 깨고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당초 대국민담화 당시만 해도 비난 여론은 양승태 대법원의 불법과 일탈 행위에 초점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위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법원이 석연찮은 사유로 줄기각하면서 ‘가재는 게 편인가’하는 의심이 커진 것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고, 이를 통해 증거인멸 등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기대를 갖고 출범했던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런 일을 막지 못하고 있어 국민 실망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법관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전혀 해법이 안 보이고, 예측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사법개혁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사법개혁 의지를 재차 밝히며 “지난 3월 발족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그 동안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전향적인 여러 제안을 했다”며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유일하게 사법개혁 논의가 이뤄진 곳이 사법발전위원회인데 구성부터 대부분 기존 법조계 인물들”이라며 “위원회가 내놓은 개선안 역시 재판제도 개선이나 판결문 공개 같은 지엽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회의적인 사법부 ‘셀프개혁’

그럼에도 외부 압력에 떠밀리기보다 뒤늦게라도 사법부 스스로 뼈를 깎는 각오로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는 게 가장 올바른 방향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날 기념식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사법부 개혁을 두고 “사법부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부장판사 출신 최은배 변호사는 “법원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에서 칼을 들이댈 경우 더 큰 상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법원 문제를 제3의 장소에서 드러내는 것이 이상적인 해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그 동안 삼권분립의 온실 속에서 외부 감시를 받지 않았던 사법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앞선다. 더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 데다 법원과 검찰의 대립 양상으로 치달으며 사법부 구성원이 차분하게 해법을 논의할 여건이 조성되기도 힘들다. 김현 회장은 “전직 대법원장이나 법무부 장관, 변협 회장 등 법조계 원로들이 나서 중재나 해결책을 제안하면 좀 더 슬기롭게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자체 정화에 한계를 보이다 보니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게 취할 수 있는 징계의 최고 수위가 정직에 불과한 만큼 국회가 헌법에 명시된 법관 탄핵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사태 해결을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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