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덕 3월 이후 42~44% 유지
무역전쟁, 우드워드 폭로 등 여파
최근 조사선 30%대 추락 많아
북미회담, 中과 무역협상 재개는
“중간선거 겨냥한 카드”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들어 40% 중반 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최근 40%선을 위협받으며 미끄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가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과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문 파문 등이 지지율 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모습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이었던 중서부 지역에서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지지율이 급하게 떨어져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으로선 비상이 걸렸다. 자칫 하원 장악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최근 2주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평균치는 40.6%였다. 지난달 28일 기준 43.7%에서 2주 사이에 3.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CNN 조사에선 전 달보다 6%포인트가 하락한 36%까지 떨어지는 등 이번 주에 발표된 여론조사 중 3개가 30%대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평균치가 지난해말 37%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으나, 올 들어 경제 호황에 힘입어 3월 이후로는 42~44% 사이의 변함 없는 흐름을 보여왔다. 경제 성적표에 비해 이례적으로 지지율이 오르지는 않지만,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측근들의 기소, 성 추문, 막말 논란에다 주류 언론들의 집중 공격을 감안하면 지지세도 견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해 각종 현안이 지지율 추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의 하락세는 이 같은 콘크리트 지지세가 흔들리는 조짐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12일 발표된 NPR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9%로 중서부ㆍ소도시ㆍ여성층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12%포인트(공화당 38%, 민주당 50%)로 지난 7월 조사의 7%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는데, 중서부 지역에서 13%포인트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NPR은 전했다.
중서부지역은 위스콘신, 미시간, 미네소타, 오하이오 등 경합주(혹은 스윙주)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미국 선거 향방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NPR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끈 무역 전쟁으로 이 지역 농부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고, 일부 자동차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고 나선 바 있다”며 “그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무역 전쟁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11월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패색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주간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율 평균치는 39.4%대 47.6%였다. 선거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은 이달 1일 74.2%에서 12일에는 82.8%까지 올랐다. 몬머스대가 최근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등 8개의 하원 관심 지역구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구들은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이 두 자릿수대 득표율 차이로 이겼던 곳이어서 공화당으로선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공화당이 폭풍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상원의 경우 100명 중 35명을 11월 중간 선거에서 교체하는데, 교체대상 중 민주당 현역 의원이 수성에 나선 곳이 26석이나 돼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응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운 것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 중간선거에서 활용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에 대한 2,000억 달러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미루면서 중국에 무역 협상 재개를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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