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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딜 브렉시트’ 오나... 불안 커지는 영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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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딜 브렉시트’ 오나... 불안 커지는 영국인

입력
2018.09.13 17:08
수정
2018.09.13 21: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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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 앞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브렉시트: 그럴 가치가 있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옆에는 유럽연합(EU)의 상징 유럽기가 흔들리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10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 앞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브렉시트: 그럴 가치가 있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옆에는 유럽연합(EU)의 상징 유럽기가 흔들리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진행하기 위한 중간단계를 둘러싸고 영국과 EU의 협상이 난항에 빠져 있다. 결국 영국이 EU와의 협상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노 딜 브렉시트’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 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유럽과의 모든 관계가 무효가 된 상태로 EU와 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13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내각이 노 딜 브렉시트 대비를 위해 발표한 위기관리 권고문에 따르면 실세 이 상황이 발생할 경우 영국인의 일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영국과 EU가 상호 운전면허를 인정하던 관계가 사라지면서, 매일 영국 해협을 오가는 화물차 운전자 약 1만1,600명이 곤란에 처하게 된다. 영국인 가운데 여권이 6개월 이내 만료되는 여행객도 EU 일부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당할 수 있다. 영국 휴대전화 통신사 고객이 유럽 여행지에서 부담할 로밍 및 데이터 요금도 크게 오른다.

메이 내각은 이미 지난달 23일 노 딜 브렉시트 대비 1차 권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EU를 방문하는 영국인이 신용카드를 이용할 때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으며, 기업은 국경을 지날 때 추가 문서 업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약품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최소 6주분의 재고를 쌓아두라는 권고도 있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탄소 제로 차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버밍엄=EPA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탄소 제로 차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버밍엄=EPA 연합뉴스

권고문은 영국 내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신호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도미닉 랍 브렉시트장관은 “EU와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라면서도 “다른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권고문 발표는 EU와의 협상에서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도 각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협상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한 협상카드가 아니라 실제로 닥칠 상황일 수도 있다는 징조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난달 23일 메이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가 분명 공원 산책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다. 하지만 세상의 끝도 아니다”라며 불안감을 무마하려 했다. 이달 11일에는 크리스 그레일링 영국 교통장관이 EU 집행위원회에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핵심 교통 및 무역로는 유지할 수 있도록 별도 협상을 체결하자”는 서신을 보냈다가 EU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달 19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 EU와의 협상에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내년 3월 브렉시트 발효와 동시에 이행기간을 두고 질서 있는 탈퇴를 하려면 다음달, 혹은 늦어도 11월까지 EU 집행위와 합의안을 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EU와 영국 내 강경파 사이에서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메이 총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EU측의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지난 3일 메이 총리의 ‘체커스 계획’이라 불리는 브렉시트안이 단일시장에서 영국에 유리한 혜택만 선택적으로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영국 내에서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비롯한 ‘하드 브렉시트’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존슨 전 장관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EU를 향한) 백기만 나부낀다”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텔레그래프는 12일 보수당 내 강경 탈퇴파 의원으로 구성된 유럽연구모임(ERG)에서 메이 총리의 불신임안까지 공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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