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온전한 사법독립을 이루라는 국민 명령은 사법부에 준 개혁의 기회이기도 하다”고도 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법부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한 것이다. 사법부가 처한 신뢰의 위기가 얼마나 엄중한지가 이번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첫 언급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사법부 탄생 70주년을 맞이한 법원 표정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착잡하다. 시민단체들은 판사 탄핵을 요구하고 있고, 법학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다. 이런 상황은 사법부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사법부에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내팽개치고 권력과 결탁해 권한을 남용한 잘못은 용서받기 어렵다. 정의와 공정을 지키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이자 상징으로 여겼던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과 좌절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겠는가.
더 심각한 건 반성하지 않는 사법부의 행태다. 자료 제출 거부와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 검찰 수사를 교착에 빠뜨리고 있다. 당초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안팎에서 날 선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침묵을 지켰다. 이날 기념식에서 석 달 만에 입을 연 김 대법원장은 원론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사법부의 개혁에 힘을 쏟겠다”고 했지만 그간의 법원 태도를 보면 제대로 지켜질지 의구심이 든다.
사법부 개혁 약속도 지금처럼 ‘셀프 개혁’이라면 안 하는 것만도 못하다. 국회와 학계, 시민단체 등을 참여시킨 범국민적 사법개혁 기구를 구성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사법부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국민과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