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용량이 17배나 늘어난 ‘알루미늄-공기 전지’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현재 전기자동차에 주로 쓰이지만 적은 용량과 느린 충전시간이 문제인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전지 개발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전지 내부에 쌓이는 알루미늄 산화물을 씻어낼 펌프를 장착, 알루미늄-공기 전지의 용량을 종전보다 17배 확대했다”고 13일 밝혔다. 알루미늄 산화물은 전지의 작동을 방해해 알루미늄-공기 전지의 발전용량을 크게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전극의 반응을 활성화하는 고성능 은 촉매를 개발해 적용한 것도 알루미늄-공기 전지 성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은은 기존에 촉매로 사용됐던 백금보다 가격이 50배 정도 낮아 경제성도 확보했다.
알루미늄-공기 전지는 충전해 사용하는 2차전지가 아니라 알루미늄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1차 전지다. 충전할 필요 없이 알루미늄 금속만 바꾸면 곧바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알루미늄은 값이 싸고 가벼운데다, 발전용량도 리튬보다 커 최근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전지 소자로 주목 받고 있다. 알루미늄의 에너지밀도(단위 부피에 저장된 에너지)는 1㎤당 8.04Ah(시간당 암페어)지만 리튬은 2.06Ah에 그친다.
조 교수는 “알루미늄은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금속이라 소재 수급에 따른 전지 가격 문제에서 자유롭다”며 “알루미늄-공기 전지는 여러 단점을 지닌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3일자에 게재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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