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소셜미디어 검색 과정에서 사용하는 부호인 해시태그(#) 무늬가 7만년전 돌에서 발견됐다.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와테르스란트 대학 고고학자 루카 폴라롤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남아공 블롬보스 동굴에서 7만3,000년전 인류의 직계 조상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가 남긴 그림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블롬보스 동굴은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300여㎞ 떨어진 석회암 절벽의 선사시대 동굴로 1990년대부터 발굴이 시작돼 약 10만~7만년 전 유물이 출토돼 왔다
길이 3.86㎝, 폭 1.28㎝m의 규산암 파편에는 붉은 선 6개가 위에서 아래로, 다른 3개는 사선으로 겹치면서 마치 SNS에서 사용하는 해시태그처럼 교차해 있다. 과학자들은 유럽, 인도네시아 동굴 벽에서 발견된 기존 구석기 시대 동물 형상보다도 약 3만년 오래된 그림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추정한 연대가 정확하다면, 이 돌에 새겨진 무늬는 지금까지 확인된 인류의 가장 오래된 그림보다 3만년 더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약 6만4,000년전 현생 인류와 다른 네안데르탈인이 동굴 벽에 그려 놓은 것이 있지만, 현생인류의 경우는 유럽 등지에서 발견된 4만2,000년 전 그림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돼있다.
돌 위에 새겨진 선이 단순해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미경과 화학 분석을 통해 붉은 선이 ‘오커’라는 물질로 그려졌음을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커는 산화철을 함유한 황토로, 선사시대 그림물감의 원료로 쓰였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고고학자 엘리스테어 파이크는 이 그림은 이전에 발견된 것들보다 석기시대 예술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색소를 사용해 그렸다는 건, 수준 높은 의도가 담겼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영국 더럼 대학교 고고학자 폴 페티트 역시 “인류 사회에서 상징적인 활동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 그림일 것이다”며 의미 있는 발견임을 강조했다.
학자들은 또 “해당 그림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는, 이 모양들이 초기 인류들에게 상징적인 ‘무엇’이었으며 우리 조상들은 그러한 그림을 계속해서 그렸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생인류 조상들이 어떤 정보를 뇌가 아닌, 외부에 기록했다는 건 상당한 진보라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규산암 파편에 그려진 이 무늬를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볼 수는 있어도 인류 최초의 그림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블롬보스 동굴에서 이 그림이 그려지기 3만년 전에도 이미 의식용이건 그림용이건 오커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전근휘 인턴기자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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