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절정일 때는 공원잔디도 주변의 열을 식혀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한 폭염에서는 산림을 제외한 도시의 모든 인프라에서 열스트레스가 높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제주대와 올해 8월 폭염경보 발령기간 동안 수원 호매실 택지개발지구 9곳을 대상으로 열스트레스 지표를 분석한 결과, 녹지 공간 위주의 ‘그린인프라’와 고층아파트ㆍ상업지구 중심의 ‘그레이 인프라’ 모두 극한 열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13일 밝혔다.
열스트레스 지표란 독일에서 1999년에 개발된 지수로 햇빛의 영향을 받는 야외공간에서 인체에 흡수되는 에너지양과 주변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양을 정량적으로 계산해 인간이 느끼는 열스트레스를 단계별로 나타낸 것이다. 연구진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던 7월19일과 20일, 폭염경보가 발효됐던 8월 2일과 3일 낮과 밤의 기상 현상을 다양한 토지 이용 유형에 따라 열스트레스 지표를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더울 때는 그레이인프라는 열스트레스 지표가 높고 공원 등의 그린인프라는 낮았다. 하지만 폭염기간에는 산림을 제외한 그린 및 그레이 등 모든 인프라에서 극한 열스트레스 나타났다. 공원잔디밭의 경우 7월 폭염주의보와 8월 폭염경보 주간 극한 열스트레스가 나타났다. 논, 수변 등의 그린인프라는 7월 폭염주의보 발령 시 열스트레스 지표가 그레이인프라보다 1,2단계 낮았지만 8월 경보 주간에는 역시 극한 열스트레스를 나타냈다.
반면 산림지역은 7월과 8월 주간 열스트레스 지표가 그레이인프라보다 2단계 낮았다. 이는 산림의 경우 낮의 태양복사에너지를 최대 92.7% 차감해 열스트레스 지표를 1.5~2.5단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원을 잔디밭으로 구성하는 것보다 수목을 늘리면 열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 측의 설명이다. 산림은 야간에 열스트레스가 가장 높아 중간 열스트레스 단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공학양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 연구사는 “야간에는 수목에서 태양복사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열을 방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낮에 열쾌적성을 높이는 효과가 큰데다 야간에도 대류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산림이 열스트레스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잔디밭으로 대표되는 초지는 폭염 시 주간에는 열스트레스를 크게 저감하진 못했지만 야간에는 유입된 태양복사에너지를 방출해 열스트레스 지표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확인됐다.
낮의 열스트레스는 그레이인프라의 경우 상업지구, 나지, 고층아파트, 단독주택단지, 야외주차장 순으로, 그린인프라의 경우 공원잔디밭, 수변, 논, 산림 순으로 높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앞서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경기 수원시 11개 지역에서 기상자료를 기반으로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시작일과 기간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그린인프라 지역 여름길이가 그레이인프라보다 평균 30.5일 짧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영기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자원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는 그린인프라가 극한 폭염에서는 어떻게 효과를 발휘하는지 산림, 공원 등을 비교해 분석했다”며 “향후 강한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린인프라의 유형별 특성에 맞춘 환경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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