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지라시’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최근 일반인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지라시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퍼지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누군가 재미로 돌려보는 지라시는 피해자에겐 ‘죽어야 끝날 거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데요. 무심코 공유하는 지라시, 최초 생산자와 최초 유포자만 처벌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피해자가 유포 경로에 있는 사람을 특정해 고소하면 단순 복사 및 전달만 했더라도 처벌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반인 지라시 무엇이 문제인지, 한국일보가 살펴봤습니다.
제작=김수진 인턴기자
“동기 카카오톡 단체방에 이런 게 올라왔는데…봤어요…?” 어느 오후, 평범한 회사원인 A씨는 회사 후배의 카톡 메시지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라시 속 A씨는 난잡한 사생활을 가진 'OO녀'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다들 지라시 봤어? / 무슨 지라시? / 나도 받은 글인데… / △△부서 A씨 - 같은 회사 남자 직원 5명과 잠자리 가짐. - 각 남자들에 대한 평가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공유. - 남자 5명 중 신혼여행 다녀오는 길에 A씨에게 선물할 가방 사오고, 현재 부인이 임신한 유부남 있음. 터무니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지라시에 나온 남자직원들은 업무 차 한 번 정도 만나거나 회사 교육 받을 때 스치듯 만난 사이. A씨는 스스로 떳떳하니 괜찮을 거라 믿었습니다.
안녕? / OOO씨 맞나요? / 회사 사람 말고 나도 평가해봐요~ / OO대학교, OO학과 나왔죠? 하지만... 사진, 소속부서, 연락처…A씨의 인사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전화, 메시지 폭탄이 이어졌습니다. 업무 때문에 휴대폰을 끌 수도 없는 노릇.
지라시는 순식간에 회사밖으로 나돌았고 A씨의 일상은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저 사람이 지라시를 봤을까?', '나를 알아보면 어쩌지?' 정신과 의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죠.
A씨만 겪은 일이었을까요? 일반인 지라시를 포함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입건된 경우는 무려 1만 3348건. 평범한 사람들이 불륜남녀로, 여자 인턴만 골라 집적대는 몹쓸남으로 둔갑했습니다.
지라시의 역사 : 1970년대-대기업 고위 간부와 정부관료 접촉 정리, 갱지묶음 형태 / 2000년대-증권가서 대량 유통, 이메일&메신저 / 2005년 3월-‘연예인 X파일 유출’ 사건, 정부 대대적인 단속, 지라시 주춤, 보안 강화한 신종 지라시. 지라시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대기업 간부와 정부관료의 접촉을 정리한 단순소식지였던 것이 2005년 '연예인 X파일 유출' 사건을 겪으며 세간에 알려지고 탄압(?)을 받았죠.
“내가 죽어야지 이게 끝나겠구나 싶었어요. 지라시를 만들고 공유하는 게 얼마나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모는 건지 모르는 거죠.” (A씨, OO녀 지라시 피해자) 지라시 시장은 SNS 시대를 맞아 급성장했습니다.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일반인의 사생활마저 지라시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상황.
“내용이 재미있어서 주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을 뿐”, “구하는 사람에게 지라시를 주면서 솔직히 우쭐했다”, "지라시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 얘기" SNS 지라시는 그저 재미, 과시욕 충족을 위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무한 유포됩니다. '내 일도 아닌데', '며칠 돌다 말겠지' 방관자들도 상황을 악화시키기는 마찬가지.
“카카오톡 대화의 경우 서버에 최대 3일간 저장되고 삭제되지만 이후에 고소해도 최초 생산자와 단순 유포자 검거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경찰 관계자) 그러나, 피해자가 원하면 지라시의 최초 생산자 뿐 아니라 유포 경로에 있는 모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무심코 공유하는 지라시가 당신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잊지마세요.
원문_이상무 기자/제작_김수진 인턴기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