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정상회담 이후로 결의안 보류
손학규, 평양 동행 재차 거부
“4ㆍ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적극 나서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손학규 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된 바른미래당 내분이 11일 의원총회에서 표출됐다.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하면서, 당 지도부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내홍을 봉합하는데 주력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총을 열고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대한 당론 도출을 시도했다. 그간 공개적으로 비준 동의에 반대하며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지상욱, 이언주 의원은 공개 발언을 통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 의원은 “비준을 협조하겠다고 결론을 내놓고 조건을 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충족됐을 때 비준을 논의해야 한다”며 “똑같은 일을 하지만 순서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당장 어려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대신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먼저 채택하자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만약 바른미래당이 당론으로 결의안을 낼 경우, 소관 국회 상임위인 외교통일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의원은 선(先) 결의안 채택에도 난색을 표했다. 지 의원은 “(결의문 채택은) 화장실 가서 바지를 내리고 서서 용변을 보겠다는, 시기적으로 어중간한 문제”라고 했고, 이 의원은 “국회가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와 결의안 통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 시간 여 진행된 의총은 결국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결의안의 당 차원 발표는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보류하기로 했다”며 “비핵화가 진전되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추가 합의가 도출된 후에 구체적 의무와 이행사항이 포함되면 그때 결의안이든 비준 동의안이든 다시 여야가 합의해 결정할 문제다. 지금은 이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반대 의견을 수용해 ‘속도조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날 청와대의 일방통보식 평양 동행 제안에 불쾌감을 드러냈던 손 대표는 이날도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손 대표는 방북 초청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고자 국회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체통을 생각할 때 국회의장과 당 대표들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구 지역 방문 일정 때문에 한 정무수석과 만나지 못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평양 동행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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