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서 트레일러 차량을 운전해 부산과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5시간 가량 난동을 부린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8㎞ 가량인 해상도로가 봉쇄되고 경찰특공대와 해경 함정까지 출동했다.
11일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0일 오후 11시 33분쯤 술에 취한 목소리로 트레일러 운전기사 김모(57)씨가 “상담을 하고 싶다”면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가 자신의 위치 등을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추적에 나섰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56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해저터널 인근에서 거가대교 시설공단 차량과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정차한 25톤 트레일러 차량이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김씨가 타고 있었다. 경찰은 차량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김씨는 응하지 않았다. 40여 분간 대치하다 김씨가 갑자기 차량을 움직여 순찰차를 들이 받았다. 트레일러 차량이 바다로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경찰은 앞 바퀴를 향해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쐈다.
김씨는 경남 거제 방향으로 차를 몰며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김씨는 11일 오전 4시 58분쯤 거제 저도터널에서 500m가량 떨어진 지점에 차를 세우고 조수석 문을 통해 바다로 투신하려고 했다. 그때 현장에 있던 경찰특공대 등이 차량 안으로 들어가 김씨를 제압했다. 대교 아래 쪽에는 창원 해경 소속 구조정 2대가 도착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씨는 체포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6%였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붙잡히기까지 5시간 가량이 걸려 이전 혈중알코올농도가 0.12%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20여 년 동안 트레일러 기사를 했지만 남는 게 없어 생활이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매월 38만원 가량인 지입료를 제때 내지 못해 지난해 9월쯤 운수 회사로부터 지입료 미납 내용증명 통보를 받고 계약 해지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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