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페북 통한 선제적 공개에
질본 “확인되지 않은 내용” 반발
쿠웨이트에 다녀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환자의 행적 공개를 놓고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서울시의 ‘엇박자’가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가 확진자 A(61)씨의 상세한 행적을 선제적으로 공개하자 질본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경계하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오후 메르스 관련 대응회의를 열고 A씨의 국내 이동 현황과 역학조사 결과를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상세히 공개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소속 역학조사관이 A씨의 국내 이동 동선과 쿠웨이트 현지에서 추가 병원 이용 내역 등을 밝혔는데, 질본이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A씨가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역학조사가 좀 더 치밀해져야 한다”며 “서울시의 메르스 대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제18조)’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장,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해 유행할 우려가 있으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반을 설치해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A씨의 거주지가 서울이기 때문에 현재 서울시와 질본이 함께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밀접접촉자가 발생한 부산, 인천, 경기, 광주, 경남 등도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정부가 ‘늑장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질본도 10일 수습에 나섰다. 나성웅 질본 긴급상황센터장은 “질본은 보다 면밀하게 확정된 내용 발표를 준비하느라 시기가 늦어졌을 뿐 발표를 일부러 늦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원 질본 위기대응총괄과장도 “A씨가 출국 직전 병원을 방문해 수액을 맞았다는 것 등은 진술만 있을 뿐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며 “질본은 좀 더 면밀한 내용을 확인해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말해 서울시의 ‘조급한’ 발표에 문제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질본과 서울시는 2015년 메르스 대유행 당시에도 역학조사 내용 공개를 두고 의견 마찰이 있어 정부와 지자체간 감염병 대응의 ‘불협화음’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메르스 유행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질본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박 시장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당시 메르스 35번 환자가 격리 전 1,500여명을 만났다는 내용을 알려 보건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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