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사적지 원형 보존 위해
1억5600만원 들여 개보수 공사
제 모습 잃은 지 오래 명분 약해
지난해 YMCA측 시에 공사 요구
市, 사적지 보존위 심의 절차 무시
시의회, 없던 예산 증액 특혜 논란
광주시가 억대의 혈세를 들여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3층짜리 광주YMCA 건물을 개보수해 주기로 했다. 5ㆍ18민주화운동 사적지로 지정된 이 건물의 옥상에 누수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형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998년 광주YMCA 건물이 5ㆍ18사적지로 지정된 이후 이미 한 차례 개축이 이뤄진 터여서 원형 보존을 위해서라는 시의 개보수 공사 명분이 약한 데다, 시가 5ㆍ18사적지 보존위원회 심의도 없이 공사비 지원을 결정해 특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는 조만간 사업비 1억5,690여만원을 들여 광주YMCA 금남로본관 건물을 개보수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5ㆍ18사적지(제5-4호)로 지정된 광주YMCA 건물이 낡아 옥상에 물이 새면서 원형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사적지 원형 보존 및 관리 차원에서 개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YMCA 건물은 5ㆍ18 당시 항쟁지도부가 옥내 집회 단골 장소로 사용했고, 5월26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무력 진압을 앞두고 시민군들에게 총기 훈련도 실시했던 곳으로 98년 1월 5ㆍ18사적지로 지정됐다.
시는 이에 따라 누수가 발생한 옥상(629.2㎡)의 화단을 철거한 뒤 우레탄 도막 방수공사를 하고 2층 무진관 지붕(547.5㎡)과 천장(100㎡)도 보수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1층 화장실도 타일과 변기, 지붕석면 등을 교체하는 등 내부 전체를 새롭게 뜯어 고칠 방침이다. 시는 당초 건물 외벽 계단과 2층 화장실, 창문에 대해서도 보수공사를 검토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공사 대상에서 뺐다. 시가 5ㆍ18사적지로 지정된 건물의 소유주에게 개보수 비용을 전액 지원키로 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시는 이번 개보수 공사를 추진하면서 5ㆍ18사적지 보존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아 특혜 의혹을 자초했다. 현행 광주시 5ㆍ18사적지 보존ㆍ관리 및 복원 관리에 관한 조례는 사적지 보존ㆍ관리에 관한 사항에 대해선 5ㆍ18사적지 보존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시는 이를 무시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광주YMCA 관계자가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을 직접 만나 개보수 공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광주시의회는 같은 해 12월 2018년도 세입세출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을 통해 집행부안에 없던 광주YMCA 개보수 정비공사비(2억원)를 별도 증액했다. 이는 5ㆍ18사적지 29곳에 대한 올해 유지보수 관리예산(1억5,000만원)보다 많은 것이다.
시가 개보수 공사 명분으로 내세운 광주YMCA 건물 ‘원형 보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64년 11월 준공된 광주YMCA 건물은 5ㆍ18사적지로 지정된 지 8개월 뒤인 98년 9월 개축이 이뤄지는 등 5ㆍ18 당시 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가 건물 원형 보존을 내세우면서 정작 원형 보존과는 상관없는 1층 화장실을 5,100여만원이나 들여 전면 교체하겠다는 것도 논란이다. 더 황당한 것은 시가 “옥상 누수는 건물 원형 변화로 볼 수 없어 5ㆍ18사적지 보존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이번 개보수 공사의 목적은 원형 보존에 있다”고 밝히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늘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원형을 잃은 건물인데다, 소유주인 광주YMCA 측이 그간 건물 원형 보존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도 의문인 터에 시가 세금으로 개보수 공사를 해주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5ㆍ18사적지를 보수하는 데 반대하지는 않지만 건물 임대사업까지 하는 광주YMCA에 대해 절차를 무시하며 억대의 예산을 투입하는 일은 시의 정책 우선 순위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할뿐만 아니라 다른 사적지 소유자들과 형평성에도 어긋난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결국 시가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광주YMCA를 도와준 꼴 아니냐”고 꼬집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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