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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4차 산업혁명, 민관협력이 나가야 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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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4차 산업혁명, 민관협력이 나가야 할 방향은

입력
2018.09.18 14:17
수정
2018.09.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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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 구석에 무의미하게 방치됐던 작은 땅은 수년 만에 ‘제2의 실리콘 밸리’라 불릴 만큼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해외 우수 도시재생 사례’로 꼽기도 한 이 곳은 2012년 미국의 한 부동산업체가 땅을 매입해 개발하기 전까진 낡은 창고들의 무덤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의 사우스레이크유니언 중심지구(SLU) 이야기다.

변화의 물꼬를 튼 건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17조 원)을 돌파한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아마존’이다. 2007년 본사를 이 곳으로 이전한 뒤, 2012년 근처 빌딩 14개를 사들여 최대 3만 명의 직원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전체 직원 수(9만7,000명)의 약 30% 규모다. 아마존 외에 다른 IT 기업들도 이 곳에 투자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4,200평 규모의 새 사무실을 마련했고, 구글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구글 캠퍼스’ 빌딩을 건축 중이다.

물론 아마존이 SLU 발전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부동산업체가 인근 땅을 매입해 대규모 발전을 주도하지 않았거나,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시애틀 시의회가 용적률과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SLU는 없었을지 모른다. ‘민(民)’이 시작했고, ‘관(官)’이 마무리한 사업이었다.

민관협력 부진했던 우리나라, 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민관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관협력은 그간 몇 가지 이유로 부진했었다. 가장 큰 원인은 ‘관’ 중심의 산업육성정책이다. 과거엔 정부가 산업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세부 방안을 확정하면 민간 기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를 보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산업 생태계에서 이런 방식은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끌어내지 못했다. 유연성이 부족해서다.

산업 현장은 시시각각 변한다. 다양한 의견이 넘쳐난다. 의견 수렴 창구를 일원화하고 ‘살아있는 창구’로서 지속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현안이 난관에 빠질 때마다 각기 다른 창구로 협력 방안을 내놓으면, 민간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장의 고민을 정책화할 자원의 부족이다. 각기 다른 창구의 난립은 양적, 전문성 측면에서 자원의 비대칭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민관협력의 최대 장점인 ‘발 빠른 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는 제도) 도입, 관련 기구 설립 등 다양한 혁신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과 별개로 국민들은 이런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민간은 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민관의 의견을 조율할 중재자(코디네이터)의 부족을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옴부즈맨’ 제도나 도시 재생, 스마트시티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리빙랩’(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 등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청취하고, 산업적 파급효과나 제도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형태로 구체화하는 중간자의 존재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간 주도 민관협의체가 필요한 이유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필두로 이미 많은 민관협의체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는 곳은 손에 꼽힌다. 정책 의사결정의 자문기구 역할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코디네이터이자, 민관협의체인 셈이다.

민관협의체를 제대로 꾸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민, 관의 명확한 역할 정립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끊임없이 혁신을 창출하고, 실제로 혁신에 참여하는 민간이 이끌어가는 협의체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주도 민관협의체의 최대 장점은 정부에 연구개발(R&D), 법ㆍ제도 개선 등 산업계의 요구사항을 바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은 제품 및 서비스의 혁신 창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제도적 보완점 등을 발굴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정부는 개선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지원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4차 산업혁명 민관회의’ 등이 그 예다.

물론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된다. 몇 가지 중요한 역할이 있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 시키고, 민관 협력을 통한 공공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인 ‘협력의 중요성’을 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리빙랩’처럼 각종 사회 문제 개선에 민간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불어넣어 혁신을 창출하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수행하고, 그 성과를 국가 운영 전반에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책 평가방법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이를 위해선 기존의 정책평가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전까지 정책 평가의 기준은 지원받은 기업 수, 정부 투자 금액 등 양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민간의 역할을 제한하고, 정책 수혜자로서 보살핌 받아야 할 위치로 전락시켰다는 점이다. 혁신의 주체이자, 혁신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주체로 역할을 전환해야 보다 높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년 뒤엔 어떤 산업이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떠오를지 모른다. 때문에 정부는 현재 인기가 없는 연구와 산업 분야에도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주도로, 민간 분야에서 혁신의 싹이 트는 곳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찾아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민관협력”이라며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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