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 외국에서 합법적 카지노(도박장)를 운영했다 하더라도, 주요 고객이 현지 동포 및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한국 형법상 도박개장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도박장소 개설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김씨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다 처벌을 받자, 2010년 베트남으로 출국해 호찌민의 한 호텔 카지노 지분을 인수한 뒤 운영했다. 슬롯머신 65대를 갖추고 종업원 80여명을 고용한 이 카지노는 베트남 국내인은 출입할 수 없고, 외국인만 입장이 가능한 곳이었다. 김씨는 카지노를 개장하면서 호찌민 현지 한국인들에게 쿠폰을 뿌리거나, 현지 한국 신문에 광고를 내는 등 한국인을 주요 영업 대상으로 정했다. 여기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바카라 도박이 이뤄지기도 했다.
검찰은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김씨에게 형법상 도박장 개장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베트남 재무부에서 전자게임방 영업허가증을 받는 등 베트남 법령에서 허용된 도박장”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1심은 “베트남 현지 법률에 처벌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 형법에 의해 처벌되는 도박개장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심도 “김씨가 한국에서 영업을 하지 못해 베트남으로 간 점, 현지 한국 동포를 상대로 도박장을 제공한 점 등으로 볼 때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형법 제3조에 따라 한국 밖에서 이뤄진 범죄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유환규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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