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직후 병원행, 환자ㆍ병원 긴밀대응
입국 검역 절차에서는 파악 못해 구멍
국민 불안하지 않게 추가접촉 차단해야
치사율이 최대 40%에 이르는 바이러스 감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3년만에 국내에서 확인됐다. 20여일 쿠웨이트 출장을 마치고 7일 귀국한 61세 남성이 설사 증세로 도착 직후 병원 진료 과정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다가 질병관리본부 검사결과 메르스 감염자로 판정 받았다. 메르스는 2015년 국내 첫 발생 당시 감염자와 주변인은 물론 병원과 보건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7개월 남짓 동안 186명 감염, 38명 사망이라는 의료 재난을 낳았다. 당시 경제활동 위축으로 10조원이 넘는 경제 손실이 난 것까지 감안하면 이번 발병 역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메르스 발병 대처 과정은 3년 전과 달랐다. 처음부터 메르스를 의심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 증세를 느낀 환자 본인이 공항 도착 직후 바로 병원으로 가 진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도 전화로 환자의 중동 지역 방문 사실을 확인하고 처음부터 격리실로 안내해 진찰을 했고, 의심 증상 확인 뒤엔 바로 신고해 보건 당국의 발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 환자가 단순 배탈 정도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은 채 일상생활에 복귀했다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이 나왔다면 파장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입국 과정 검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 환자는 발열이나 호흡기 이상이 없다며 검역대를 통과한지 불과 4시간 만에 병원에서 발열과 가래 및 폐렴 증상을 가진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검역 과정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역학조사를 통해 발병 경위가 드러나겠지만 쿠웨이트가 발병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탓에당국의 경계가 느슨했을 가능성도 있다. 2012년 첫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지금까지 2,200명이 넘는 확진자의 다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왔고, 쿠웨이트는 2016년 이후 발병 보고가 없었다. 그렇다 해도 쿠웨이트가 사우디 접경국이고 이번 환자의 방문 시기가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과 겹쳤기 때문에 경계 수위를 높였어야 마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와 동승한 항공기 승객ㆍ승무원, 출입국 심사관ㆍ검역관, 병원 의료진 등 밀접접촉자 21명을 자택 격리해 증상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한다. 기타 항공기 동승객 등 간접접촉자 440명에게는 각자 증상을 파악해 보건소에 연락하도록 한 상태다. 2015년 메르스 사태는 허술한 방역 체계와 당국의 부실 대응 탓도 있지만 이 감염병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환자나 가족 등 주변인의 분별 없는 행동도 원인이었다. 당국은 추가 접촉자유무를 거듭 확인하고 해당자들은 잠복기간까지 활동을 자제해 3년 전 악몽을 되풀이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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