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열린 민통선 코스
국내외 마라토너 열띤 레이스
“한반도에 새시대 오길” 기원
“남북이 하나될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요.”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철원군 체육회가 주관한 ‘제15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9일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고석정 및 민통선 코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 대회에는 국내외 마라토너와 가족, 주한 외교사절 등 5,000여명이 한반도에 새 시대가 오기를 기원하며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
이날 참가자들은 오전 9시부터 고석정 스타트 라인에서 제6보병사단(청성부대) 군악대의 힘찬 연주와 축포에 맞춰 풀 코스(42.195㎞), 10㎞, 5㎞, 코스모스 10리길 걷기(4㎞) 참가자 순으로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고석정 잔디 광장에서 진행된 식전행사에서는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과 이준희 사장을 비롯해 허윤 철원 부군수, 사이언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헤이키 란타 주한 핀란드 상공회의소 회장,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 문경훈 철원군의회 의장, 윤휘영 철원경찰서장, 2018미스코리아 입상자 등이 무대에 올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허 부군수는 축사를 통해 “1,100여년 전 태봉국의 도읍이었고, 통일시대 전초지기가 될 철원의 기운을 받아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소중한 추억도 만들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 사장은 대회사에서 “올해 대회는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기대감이 큰 가운데 열려 의미가 각별하다”며 “참가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모아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승 회장과 이 사장은 식전 행사 뒤 10㎞ 부문에 참가했고, 수준급 한국어 실력으로 러너들의 완주를 기원해 큰 박수를 받은 최 대사와 스미스 대사는 각각 하프코스, 5㎞ 코스를 달렸다.
하프코스 참가자들은 같은 시간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과 녹슨 전차 전시물로 잘 알려진 안보관광지인 월정리역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1년 만에 빗장이 풀린 민간인통제선 코스(15㎞)를 달리며 어느 새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했다. 하프코스 참가자 이내연(31)씨는 “확 트인 황금들녘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했다”며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남과 북이 명품 코스를 함께 달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스타트 라인 인근에 전시된 전차와 전투기를 비롯한 군 무기와 민통선 경계초소 등 분단의 현장을 접한 외국인 참가자들은 호기심을 나타냈다. 미국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 소속 군무원인 제프 리그넬(55)씨는 “푸른 하늘과 풍성한 추수의 현장이 함께 있는 대회 코스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아름다웠다”며 “하나된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특히 올해 신설된 코스모스 10길 걷기 코스 참가자는 원두막과 연못 등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에 매료됐다. 또 고석정 인근 한탄강 지질공원 주상절리, 직탕폭포 등 절경을 접한 참가자들도 자연이 주는 매력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올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영예의 진(眞)을 차지한 김수민씨를 비롯해 서예진, 임경민, 박채원, 이윤지, 김계령 씨 등 2018미스코리아 입상자 팬 사인회는 군 장병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날 남자 풀 코스 부문에서는 케냐의 조엘 키마루 케이요(36)씨가 대회 2연패를, 여자부에선 류승화(41)씨가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 2015년부터 대회 4연패 위업을 이뤘다.
85세 나이에 5㎞ 부문에 출전해 노익장을 과시한 임선빈씨가 최고령 참가상을, 봉화산런앤워크 클럽은 최다 참가상을 받았다. 대회 주최 측은 부문별 입상자들에게는 상금과 기념메달을, 참가자 전원에게 K2기능성 티셔츠와 철원사랑상품권을 증정했다.
철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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