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안 언급한 에세이집 출간
친박 의원들 다수 얼굴 비쳐
한국당 “계파 갈등 도질까 우려”
일각선 “보수 진영 차기 주자
경쟁 조기 점화돼 당에 활력”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7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정치 무대 등판을 예고했다. 본인은 아직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황 전 총리가 무주공산인 보수 진영의 차기 경쟁에 뛰어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이라는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황 전 총리는 이번 에세이 출간에 대해 “‘청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이날도 대권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런 많은 말을 듣고 있다”고 밝혀, 정치적 행보를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숨기진 않았다.
출간된 에세이 내용을 봐도 박근혜 정부 당시 본인이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치면서 다뤘던 주요 현안에 대한 언급이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어, 정치적 색깔이 진하게 풍겨난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기울인 모든 노력들이 소위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쓸려 가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한 대목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까지 드러내면서 각을 세웠다.
때문에 이번 에세이 출간이 황 전 총리 정치 행보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가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중 보수층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등 주목도가 부쩍 높아진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당 안팎에서는 황 전 총리가 내년 초 열릴 자유한국당 차기 당권 경쟁에 친박계 대표 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구체적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실제로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진태 정종섭 의원 등 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이 다수 얼굴을 비쳤다.
황 전 총리의 움직임과 관련한 한국당 내부 분위기는 엇갈린다. 예상대로 친박계 지원을 배경으로 황 전 총리가 부상할 경우, 계파 갈등이 다시 도져 당이 사분오열할 우려가 제기된다. 당 주류를 중심으로는 “비박계가 중심이 돼 옹립한 김병준 비상대책위 체제가 예정된 수순대로 재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전 총리 중심으로 친박계가 뭉칠 경우 마찰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황 전 총리를 신호탄으로 차기 주자군 경쟁이 조기 점화돼 당에 활력이 도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차기 주자들이 부상할수록 그간 시들했던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의 한 관계자는 “홍준표 전 대표가 귀국하고 김무성 의원이 잇따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이 보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장외 우량주로 평가 받는 황 전 총리까지 움직인다면 경쟁이 예상보다 일찍 불붙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경기대 경찰행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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