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비 배추 수매물량 풀고
햅쌀 15만원대 넘게 수매 추진
수확기 쌀값이 목표 가격에 못 미칠 때 농가에 그 차액을 지급하는 쌀 직불제가 앞으로는 친환경 경작, 경관 보전 등의 공익적 의무를 수행한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소득 수준이 낮은 농가에 소득 보전 성격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서울 영등포구 농식품부 서울사무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공익형 직불제’를 농민수당이나 기본소득보장제의 대안으로 만들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장관은 “논에 물을 대거나 밭에 씨를 뿌리는 것 자체로도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며 “이에 대해 농민들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내년 1분기 중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쌀에 집중됐던 직불제를 개편하는 작업을 펴 왔다. 생산물의 ‘가격’이 아닌 농업의 ‘가치’와 연계해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또 저소득 농가에 소득 보전 성격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이 장관은 “별도의 수당을 신설하지 않아도 직불금 제도 개편만으로 농민수당이나 기본소득 등을 요구하는 농업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어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스마트팜 활성화와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분야는 생산이 아닌 연구개발이나 제품화에 국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 강화와 반려동물산업발전 등 층위가 다양한 반려동물 정책은 규제와 육성책을 조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장관 명함엔 개인 휴대폰 번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번호를 공개한 게 눈길을 끈다. 누구라도 전화 하면 장관이 정말 직접 받나.
“농민들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도록 명함에 꼭 휴대폰 번호를 넣는다. 어떤 의견이든 직접 듣는 열린 장관이 되려 한다. 사실 밤 늦은 시간에는 사람들도 스스로 자제해 전화를 안 건다.”
-이번 여름엔 폭염으로 농민들도 속이 탔지만 소비자들도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뛰어 힘들었다. 곧 추석인데, 물가 대책이 있나.
“배추는 다행히 4,000톤 가량 수매한 물량이 있어서 매일 100톤씩 도매시장에 출하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무는 비축 물량이 없어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다만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평년보다 30% 정도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과와 배는 정상가격을 거의 회복했다.”
-산지 쌀값과 소비자가격도 전년 대비 30% 이상 올랐다. 지난해 쌀값이 폭락했던 영향이라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부담이다. 이상적인 햅쌀 가격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나.
“지난해 수확기 가격인 15만원대(80㎏)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수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매만으로 쌀값 방어가 안 된다면 지난해처럼 시장 격리를 추가로 하는 방향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미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쌀도 많다. 북한으로 보내면 모두에게 이익이란 주장도 적잖다.
“정부 양곡 재고의 적정 물량은 80만톤 가량인데 현재 173만톤을 보유 중이다. 1만톤당 연관 보관 비용이 30억7,000만원 정도라 연간 소요 비용이 5,000억원도 넘는다. 묵은 쌀은 사료용으로 과감하게 내놓거나 해외 공여도 추진할 것이다. 다만 대북 쌀 지원은 대북제재 및 국제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 아직 부처 내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
-부정청탁금지법 중 국산 농축수산물 선물 부분은 추가로 보완할 부분은 없나.
“지난 1월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물 가공품 선물 가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농어업인들의 상황이 다소 나아지긴 했다. 농어업 피해뿐 아니라 법이 가진 청탁방지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추가 대책이 필요한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려동물산업 활성화도 농식품부의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사육부터 분양 이후까지 전 단계에 걸쳐서 반려동물 보호ㆍ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고 소비자 권익을 신장시키려면 현재 ‘동물보호법’ 외에 별도 법률을 마련하고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가칭 ‘반려동물 관련 산업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영업 관리 강화, 반려동물 관련 국가자격 신설, 전문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스마트팜 시장에서 농민은 생산, 대기업은 기자재와 연구개발(R&D)을 담당해야 한다는 게 그간 농식품부 입장이었다.
“정부는 농업인, 기업, 연구기관 등이 스마트팜을 통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거점단지인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구축하고 있다. 기자재, 식품,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과 제품화는 중소기업이 맡을 것이고, 생산은 농업인이 담당한다. 대기업은 혁신밸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팜이 대중화되면 특정 품목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내수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다. 특히 스마트팜으로 재배하기 쉬운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일부 품목이 일시에 출하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재배 품목의 수급을 점검하는 품목조절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귀농ㆍ귀촌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70대 귀농인의 엽총 살인사건에서 드러났듯 농촌 내부 갈등 문제가 심상치 않다.
“내년부터 도시민유치지원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역융화사업에 의무 사용하도록 했다. 또 이달부터 11월까지 귀농ㆍ귀촌 실태조사를 실시해 갈등 사례 등을 조사해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
-상호금융조합의 준조합원 이자ㆍ배당 비과세 혜택 폐지가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인데.
“지난해 기준 농ㆍ축협의 비과세 예탁금은 총 52조4,000억원이고 이 중 준조합원의 예탁금이 81.1%(42조5,000억원)에 달했다. 비과세 특례가 종료되면 예탁금 대부분이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세수 증대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게 당ㆍ정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식산업경기도 좋지 않다. 혼밥ㆍ혼술족(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먹는 사람) 증가, 자영업 과당경쟁, 인건비ㆍ임대료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농식품부 차원의 대책은 없나.
“경영주 입장에서 인건비, 임차료 등을 줄이는 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식재료비는 공동구매와 직거래 확대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농식품부 차원에서 외식업소를 조직화해 쌀, 소금, 양파 등 국산 식재료는 대량으로 공동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영주는 낮은 비용으로 좋은 식재료를 공급 받을 수 있고, 농가는 판로를 넓히는 상생 효과가 있다.” 인터뷰=박일근 경제부장 정리=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