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병원에서 멀쩡히 건강한 사람의 전립선을 떼어내는 황당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병리과에서 인체의 조직을 검사하기 위한 샘플(검체)이 뒤바뀌는 바람에 생긴 오진으로 멀쩡한 전립선을 떼어낸 것이다.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조직검사 도중 암환자와 정상인의 조직 샘플이 바뀌어 건강한 여성의 유방을 잘라내 의료분쟁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병원에서도 조직검사 샘플이 바뀌어 위절제가 필요한 위암환자는 그냥 퇴원하고, 위궤양 환자는 위를 잘라내는 의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조직검사를 받은 사람은 지난해 190만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었다. 이처럼 조직검사는 아주 흔하다. 조직검사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조직 샘플을 여러 장의 슬라이드로 만든다. 제작된 슬라이드 숫자만 보면 1,000만장이 넘는다.
하지만 병원 병리과에서 조직검사를 하는 과정이 복잡한데다 수(手)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단계가 많아 조직 샘플이 바뀌거나 분실될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 136개 기관을 조사해 발표된 논문(2011)에 따르면 병리과의 조직 샘플 준비과정에서 샘플이 바뀌는 오류는 평균 0.1%였다.
뉴질랜드는 샘플이 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가 잦자 2012년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병리검사실에 모든 병리검사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권고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에서는 2D 바코드를 사용하는 ‘샘플 트래킹 시스템’을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조직 샘플이 뒤바뀌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모든 샘플 검사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샘플 트래킹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2014년 국내 최초로 ‘샘플 트래킹 시스템(Vantage)’을 도입했다. 조남훈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교수는 “병리과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고 정확한 검사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혁신적인 샘플 트래킹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세브란스병원은 샘플 트래킹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환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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