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제 도약 ‘경협 마중물’ 위해
‘비핵화 조치 성의’ 설득했을 수도
5일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평양에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극도로 신중한 인물이라는 게 주변의 공통된 평가다. 그런 그가 6일 언론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자신 있게 언급한 건 특사단이 들고 간 북미 중재안에 대해 김 위원장이 수용 의향을 밝혔다는 사실의 방증일 수 있다.
2021년 1월까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도 의미심장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대북 체제 안전보장 관련 조치와 교환만 될 수 있다면 비핵화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을 움직인 특사단의 카드는 뭘까. 일단 특사단이 중재안을 놓고 미국과 미리 협의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핵 시설ㆍ물질 신고 목록 제출이라는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조치인 종전(終戰)선언 가운데 뭐가 선행돼야 하느냐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북측이 반발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재안에는 북미 정상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큰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양보의 명분을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짐작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핵 신고에 각각 갈증을 느끼는 상태”라며 “이들을 일단 우물가로 데려다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고 결국 양측은 물을 마실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 ‘윈윈’ 방안은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완료 시한까지 핵 신고를 하도록 하고 미국은 반대급부이자 비핵화 유인책으로서의 조기(早期) 종전선언에 합의하게 하는 절충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4월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 총력 집중’으로 전략 노선까지 바꿔가며 주민들의 기대감을 키운 김 위원장으로서는 경제 도약의 입장권 격인 종전선언이 연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받아내는 셈이니 종전선언을 미리 줘도 결과적으로 나쁠 게 없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가 “특사단이 올라가 경제협력의 기역(ㄱ)자도 나오지 않았다”(김의겸 대변인)고 부인했지만 남북 경협 사업이 설득의 촉매제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경협 사업은 북한 경제 도약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데 경협의 걸림돌인 제재를 풀려면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그러려면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설득했을 수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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