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유는 순수한 독극물(pure poison)이다. 최악의 음식 중 하나다.”
미국 하버드대 의학 교수의 한 마디가 국제적인 논란거리로 비화했다. 카린 마이컬스 교수는 지난달 22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예방역학연구소에서 진행된 한 강연 도중 “코코넛유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난센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이 주장이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도를 비롯한 코코넛 주산지 국가들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B.N. 스리니바사 머시 인도 농업부 원예 담당국장은 하버드대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학장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마이컬스 교수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고 무책임했다”라고 비판하며 “적절한 수정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머시 국장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코코넛 공동체 회의에 참가한 코코넛 생산국 18개 국가 관료들이 공통된 분노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반발이 특히 심한 곳은 인도 남서부 끝에 있는 케랄라주다. 케랄라주는 ‘코코넛의 땅’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코코넛 나무가 많은 곳이다. 지역에서 만드는 음식 거의 대부분에 코코넛유가 함유돼 있다. 이 지역의 심장 전문의 라제시 무랄리드하란은 “조상 대대로 우리는 코코넛유를 사용해 왔다”라며 “환자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지게 생겼다”라고 한탄했다. 수닐 쿠마르 케랄라주 농업장관도 “케랄라주에서 코코넛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라며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마이컬스 교수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코넛유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코코넛유는 2011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건강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해 한때는 ‘슈퍼푸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미국심장협회(AHA)는 코코넛유를 섭취하는 것을 삼가라고 조언했다. 코코넛유 속에 있는 지방 중 82%가 포화지방이며, 심장병을 유발하는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는 이유다.
미국의 다른 영양학자들은 코코넛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자료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순수 독극물”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됐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코코넛유의 신진대사 효과를 연구하고 있는 코넬대의 분자영양학 연구자 케빈 클래트는 CNN방송에 “코코넛유는 기본적으로 포화지방이므로 건강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버터만큼 최악의 음식도 아니다”라며 “음식 재료에 포함돼 있다면 가끔 섭취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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