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분야 최고 전문가인 코넬대 물리학과 교수가 쓴 SF소설이어서가 아니라, 731부대, 그러니까 우리 귀엔 ‘마루타’로 익숙한 일제의 생체실험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점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소설 속 인물 히타노 기타시만 해도 맥아더에게 마루타 실험 정보를 넘긴 뒤 면책권을 얻어 전후 제약업계의 거물로 성장하는데, 이는 실제 731부대장 기타노 마사지(1894~1986)에게서 따온 것이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폴 맥어웬 지음ㆍ조호근 옮김
허블 발행ㆍ520쪽ㆍ1만4,500원
당연히 냉전기 동아시아의 지역 암투와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이 소설의 배경을 이룬다. 미국 동부 엘리트가 독일 아우슈비츠도 아닌, 일본 진주만도 아닌, 731부대를 소재로 삼은 이례적 소설이다. 소설은 731부대가 개발한 최후의 무기 ‘우즈마키(소용돌이의 일본말)’ 이야기다. 리암 코너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우즈마키가 담긴 황동 실린더를 파기하지 않고 몰래 숨겨 둔다. 세월이 흐른 뒤 코너 박사가 살해당하면서 벌어지는 1주일간의 우즈마키 추격전을 담았다.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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