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서울 황폐화” 반발, 116개 기관 들썩
민주당 “산은ㆍ기은 등 금융기관은 빠질 듯”
당정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밝힌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한 논의에 조만간 착수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에서 출발한 데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와도 일맥상통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해당 기관들과 일부 야당의 반발도 뒤따를 전망이다.
5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전날 이 대표가 밝힌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이른 시간 안에 갖기로 했다.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표가 정식으로 제안을 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정부와 협의하면서 대상 기관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된 정부 부처는 이 대표가 언급한 122개 기관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분류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국회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른 지방이전 대상은 116개다. 이 대표가 언급한 122개 기관에서 이미 이전했거나 지정 해제된 공공기관 6곳을 제외할 경우다. 지역별로는 서울 95개, 경기 18개, 인천 3개다. 이전 소식이 알려지자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 들을 중심으로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당도 제동을 걸 태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밖에 없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일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개별기관의 성격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불안에 야당의 반발까지 거세지자 당은 속도 조절에도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공기관의 지역이전을 언급한 것은 특정 기관을 적시한 것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기관을 어디로 옮길 것인지 전혀 이야기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 성격상 지방이전이 불가능한 것도 있다”며 “그런 것을 빨리 검토해서 안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은행 업무 등 기관 특성상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며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성격이 다르다. 참여정부 때도 검토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참여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된 후 본격 추진됐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참여정부 총리 시절 추진했던 국책사업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이 대표가 최근 정권 차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전략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 대표의 언급은 국토균형발전과 함께 부동산 대책의 측면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열기가 과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는 한편 개발 호재가 없던 지방에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생활형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접목되면 지방에 활로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이전 계획을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 당정협의, 해당 기관과 이전할 지역의 의견 수렴 등을 거치면 수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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