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가능성도… 대북 압박 제스처
미국이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를 다음 달 제주도에 파견키로 결정했다. 내달 10~14일 제주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서 개최되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참가 목적이다. 하지만 북핵 교착 국면이 풀리지 않을 경우 로널드 레이건호의 한반도 전개를 계기 삼아 한미 연합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소식통은 5일 “내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참가할 미국 측 함정을 두고 한미가 협의를 해왔다”며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호 외에도 구축함과 순양함 등 총 3~4척의 군함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배수량 10만 2,000톤급 최신예 항공모함이다. 5,500여명이 승선하며 갑판은 축구장 3개 넓이인 1,800㎡ 크기다. 슈퍼호넷(F/A-18) 전투기와 전자전기(EA-6B), 공중조기경보기(E-2C) 등이 실려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도 불린다. 지난해 10월에도 부산항에 입항해 한미 연합해상기동훈련에 참가했다.
로널드 레이건호 파견은 미국이 최근 대북 군사옵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시점과 맞불려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가장 큰 (한미연합) 훈련 일부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더 이상 중단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6ㆍ12 북미 정상회담 뒤 대화무드 조성을 위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유예했으나 다른 한미훈련에 대해선 비핵화 진전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실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10월 로널드 레이건호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대북 압박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미가 매년 10월 미국 항공모함 강습단을 주축으로 한 연합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해왔다는 점도 근거 논리로 제시된다. 해군은 “현재로선 다음달 미국과 연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북미 간 교착 상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항공모함 전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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