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바리톤 우경식
獨 킬 국립극장서 8년간 주역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서
굴리엘모 역할 맡아 새롭게 해석
“대개 외국 극장에 있다 보면 빈이나 베를린 슈타츠오퍼 같은 더 큰 극장을 꿈꾸니까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긴 했어요. 제게는 그런 곳이 한국이었어요.”
베이스바리톤 우경식(37)은 독일 킬 국립극장의 주역 솔리스트로 8년간 400회가 넘는 오페라 무대에 섰던 성악가다. 2016년 귀국 후 지난해 한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어릴 때부터 유럽 극장이 아닌 한국 오페라를 보며 꿈꿨기 때문에 고국에서의 활동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1년여의 시간 동안 그는 “한국에서 공연되는 모든 오페라 작품에 출연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에서 굴리엘모 역 데뷔를 앞둔 그를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코지 판 투테’는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에 이어 모차르트가 남긴 세 번째 코믹 오페라 작품이다. 부유한 노신사 돈 알폰소가 두 청년 페란도와 굴리엘모에게 약혼녀들의 사랑을 시험해 보자는 내기를 부추기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다룬다. 우경식은 독일에서 주로 알폰소 역을 맡아 왔다. 새롭게 맡게 된 굴리엘모 역할이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더 편하다고 했다. “오페라 안에서 6중창을 하며 굴리엘모의 음이 가장 낮아요. 알폰소 때보다 훨씬 편해졌어요.” 또 보통 굴리엘모는 장교의 성격을 살려 강하고 굵직한 모습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연출을 맡은 니콜라 베를로파 연출가는 수줍고 내성적인 굴리엘모를 요구했다. 우경식은 “실제 성격과 비슷해서 설정이 필요 없는 캐릭터”라며 웃었다.
방송출연 제의와 팝페라 장르 추천도 받았지만 그는 클래식 무대를 고집하고 있다. 스스로도 고지식한 면이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노래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른 장르는 제가 못해요. 성악이라는 클래식 틀 안에서 오라토리오, 리트(독일 가곡) 등 다양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클래식 음악의 역사가 오랜 시간 쌓인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를 물었다. 오페라 제작 방식에는 이질감이 없지만 성악가가 오직 무대만으로 생계를 이어 갈 수 있는지가 차이점이라고 했다. “독일에서는 오전과 저녁 연습 사이에 쉬는 시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해 준다는 취지예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연습이 끝난 뒤 학생들을 가르치는 업무까지 해야 생활이 가능해요.”
그는 한국 음악가들이 더 큰 비중을 맡는 오페라 무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외국에서 공부한 젊은 가수들뿐만 아니라 지휘자와 연출가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어요. 한국의 문화에서는 한국 음악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펼치기가 더 수월하니까요.”
국립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는 2001년 이후 17년 만이다. 원작과 달리 1950년대 풍요로운 어느 도시로 시공간 배경을 옮겨 왔다. 6~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