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몸 담은 경찰 포토라인에
전직 치안총수 경찰 조사는 처음
14시간 조사… 수사단, 재소환 방침
“정치관여 지시했다면 처벌 받을 것”
“나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공작”
이명박(MB) 정부 시절 ‘경찰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경찰에 출석해 “정치 관여를 지시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직 치안총수가 경찰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조 전 청장은 22년 몸담았던 경찰 조직을 떠난 지 6년4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청에 돌아왔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 도착한 조 전 청장은 ‘댓글 조작을 지시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허위 사실로 경찰을 비난하는 경우에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밖에 없다”라며 “공작이라는 것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건데 어떻게 이것을 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 치안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데 대해 “참 황당하다. 제가 이런 것 때문에 왜 포토라인에 서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조 전 청장은 MB 정부 집권기던 2010~2012년 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 보안국과 정보국 등 각 조직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게 하는 등 사이버 여론대응 활동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이날 조 전 청장을 상대로 댓글 공작을 기획한 경위와 활동 체계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는 이날 오후 11시까지 1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수사단은 조사 내용이 많아 일단 조 전 청장을 돌려보낸 뒤 추후 재소환할 방침이다. 그는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하늘을 우러러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 나를 이렇게 세우는 것 자체가 공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부정적으로 보도한다"며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수사단은 2010~2012년 경찰청 보안국과 서울청 정보과 직원들이 윗선 지시로 구제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슈에 대해 각각 4만건, 1만4,000여건의 정부 옹호 댓글을 달았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지난달 23일 발표한 바 있다. 수사단은 이를 토대로 당시 황모 보안국장을 비롯한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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