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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그만 좀 퍼 줘” 중국 청년들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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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그만 좀 퍼 줘” 중국 청년들 볼멘소리

입력
2018.09.05 15:56
수정
2018.09.05 20:11
13면
0 0

SNS에 시진핑 비판 글 올리기도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소식을 다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5일자 1면.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소식을 다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5일자 1면.

“이것이 바로 600억달러(약 67조2,480억원)짜리 신문이다.”

중국의 한 네티즌이 5일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웨이보(微博)에 이날 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인민일보 1면에는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FOCAC)’ 장면과 이 회의를 주재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사진이 게재됐다. 이 글은 그러나 순식간에 삭제됐다.

중국이 지난 3~4일 제3차 FOCAC를 주최하며 2016년 약속했던 600억달러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150억달러(약 16조8,225억원) 규모의 추가 기금 조성 계획을 밝힌 뒤 중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경제 상황이 점차 악화하고 있고 빈부 격차도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치ㆍ외교적 고려 때문에 천문학적인 돈을 다른 나라들에 쏟아붓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홍콩 아보뤄(阿波羅)신문망 등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와 웨이신(微信) 등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600억달러 투자 계획에 불만을 쏟아냈다. “아프리카에 지원할 돈이 있으면 우리 아이들 학교 시설부터 먼저 고쳐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홍수 피해 등 국내에도 돈 쓸 곳이 널려 있다”, “내가 낸 월급이니 우리 가족을 위해 써달라” 등 비판 글이 쇄도했다. 그 중엔 “살찐 사람처럼 보이려고 자신의 얼굴을 일부러 때려 붓게 만드는 것 같은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600억달러는 4,100억위안이 훨씬 넘는 거액으로 올해 중국 최저생활보장 예산의 2.78배, 기본 양로보험 보조금의 2배다. 올해 사회복지 예산보다는 6배가 많고 3년치 교육부문 지출에 해당한다”는 글이 올라와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시 주석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아프리카 지원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중국 검열당국은 비판글을 삭제하고 옹호글을 게재하는 등 적극 통제에 나섰다. 관영 매체들은 아프리카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보뤄 측은 “사적인 메시지가 오가는 단체 채팅방에선 비판여론이 뜨겁지만 공개된 SNS에선 비판 글이 곧바로 삭제돼 지지 의견만 넘쳐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젊은이들은 지난 5월에도 제3세계에서 유학 온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이 집중된다며 불만을 표출한 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확대 차원에서 연간 4,000만달러(약 448억원) 규모의 ‘일대일로 장학금’을 조성해 제3세계 출신 유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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