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개발 주역 주규창 빈소 찾아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이 방북하는 날에 맞춰 북한이 보름 넘게 행적을 감췄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을 대외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이 최근 사망한 전 노동당 기계공업부(현 군수공업부) 부장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며 원사, 교수, 박사인 당 중앙위원회 고문 주규창 동지의 서거에 즈음하여 9월 4일 고인의 영구(시신을 담은 관)를 찾으시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시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장구한 세월 우리 당의 국방공업 정책을 받들어 헌신 분투해오며 나라의 방위력 강화에 특출한 공헌을 한 주규창 동지의 애국충정의 한 생을 돌이켜 보시면서 귀중한 혁명 동지를 잃은 비통한 마음을 안으시고 고인을 추모하여 묵상하시었다”고도 했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도 김 위원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주규창의 시신을 바라보거나 간부들과 함께 고개를 숙인 모습을 찍은 사진이 실렸다.
주규창은 국방과학 연구기관인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원장과 군수공업부로 개칭한 당 기계공업부 부장 등을 지낸 북한 군수공업 분야의 원로다. 2009, 2012년 발사된 장거리로켓 ‘은하 2호’와 ‘은하 3호’ 등의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김 위원장의 조의 방문에는 태종수 현 당 군수공업부장과 리병철 전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홍영칠 군수공업부 부부장,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을 이끈 군수 분야 핵심 관계자들이 수행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건 지난달 21일 묘향산의료기구공장 현지지도 및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영결식 참석 이후 16일 만이다. 잠행에 앞서 김 위원장은 6월 말부터 8월 하순까지 총 30곳의 경제 현장을 잇달아 시찰하는 강행군을 벌였다. 중국 외빈과의 면담 계기인 정권 수립 70주년 9ㆍ9절과 개최지가 평양인 문 대통령과의 3차 정상회담, 연기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등 줄줄이 이어질 9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가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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