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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영화 ‘신과 함께’ 속 숫자 49와 환생

입력
2018.09.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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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는 지옥이라는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활용해 종교영화라는 한계를 극복하면서 1ㆍ2편 모두 천만 관객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시리즈물이 관객 천만을 넘은 것은 마블의 ‘어벤저스’에 이은 두 번째지만, 관객 수만 놓고 본다면 이마저도 큰 폭으로 따돌린 상황이다. ‘어벤저스’가 천문학적 제작비를 쏟아 부은 초대작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신과 함께’의 흥행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매우 이례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신과 함께’는 불교의 49재, 즉 49일 동안 이뤄지는 7번의 심판이라는 사후 세계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물론 2편에서는 우리 전통의 토속신인 성주신이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핵심이 사후의 심판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영화의 한계상, 영화 속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다수 존재하게 마련이다.

‘신과 함께’의 전제는 7일 만에 1번씩 이루어지는 7×7에 따른 총 49일간의 심판이다. 또 2편에서는 삼차사가 49명을 환생시키면 자신들도 환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숫자 ‘7’일까? 고대에는 문화권에 따라 진법 체계가 달랐다. 중국은 2와 5를, 그리고 우리는 3을 주로 사용했다. 대상 무역의 발달은 황도 12궁과 관련된 12진법의 사용을 촉진했고, 메소포타미아에서는 60진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기독교는 ‘6일 만의 천지창조+휴식’이라는 7의 문화를 읽어 볼 수 있다.

10진법의 등장은 기원 전후 인도에서 ‘0’ 개념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 0이란 실체가 아닌 작용만 존재하는 개념으로 매우 철학적이다. 그러므로 0의 발견은 수학과 과학을 넘어서는 인류의 기념비적 사건이 되기에 충분하다. 0을 또 우리는 ‘공 하나 더 붙이고’에서와 같이 공이라고도 하는데, 놀랍게도 이는 0이 불교의 공(空) 개념과 통하는 철학적 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10진법의 등장으로 인류의 다양한 진법들은 사라지게 되는데, 일부에서는 아직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예컨대, 세월이나 시간과 관련된 7일, 12시간, 60초와 같은 부분들이다. 또 우리의 3진법 전통과 관련해서는 한국인이 흔히 사용하는 ‘삼세판’의 문화로 유전되고 있다.

불교의 사후 세계에 7이 등장하는 것은, 붓다 당시의 인도가 4진법과 7진법을 사용한 것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와 관련된 교리가 4성제, 8정도, 12연기, 8만4천 법문 등과 같이 모두 4와 4배수로 구성된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7은 불교의 사후 세계관이 확립되는 서북 인도 쪽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때문에 이러한 7진법 문화가 반영되어 7의 제곱인 49는 완전한 순환이라는 의미를 확보하게 된다. 또 49가 불교 시대를 거치면서 속화된 것이 섰다 판에서 4ㆍ9는 ‘다시’라는 무효의 규칙이다. ‘4ㆍ9=다시’와 ‘49일=윤회 환생’은 같은 불교적인 문화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49일이 지나면 모두가 환생하는 것일까? 그러나 불교 경전은 반드시 그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강력한 선과 악은 7번의 심판이 필요 없이 형이 확정되거나 윤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현행범과 같이 정황이 뚜렷하면 법원의 복잡한 심리 절차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의인(義人)’인 상황에서, 7번의 심판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영화적인 허구인 셈이다.

또 2편에서는 망자가 환생을 거부하는 내용이 존재한다. 언뜻 생각하면 불교는 윤회론을 주장하므로 환생을 긍정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불교의 목적은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깨달음이며, 이렇게 된 분이 바로 깨어난 자 붓다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망자의 환생 거부는 영화적인 설정이기는 하지만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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