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며 대출금을 갚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데, 1년 전 출범 당시 허술했던 대출 영업의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범한 케이뱅크의 2분기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1분기(0.17%)에 비해 0.27%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는 0.3%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는 시중은행 연체율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분기 0.12%에서 2분기 0.22%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총 대출액(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의 비율을 뜻한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 악화는 출범 1년이 지나면서 중금리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한 영향이 컸다. 케이뱅크는 자체 신용평가등급(1~10등급) 중 4~10등급인 중ㆍ저신용자에게 제공한 6% 이상 중금리 대출 비중이 건수 기준 전체 대출의 60%, 잔액 기준 40%를 차지한다. 이중 일부 대출자가 상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이러한 연체율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10.71%(6월말 기준)로, 1년 전 보다 6.6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통상 15%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자기자본비율 보다 낮은 것이다. 상반기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300억원 밖에 모으지 못하면서 자본 확충이 여의치 않았던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말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2분기 연체율 0.06%, 고정이하여신비율 0.08%, BIS 자기자본비율 16.85%를 기록했다. 케이뱅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지만 본격적으로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3분기에는 케이뱅크처럼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도 전체 대출 잔액의 20.1%, 대출 건수로는 38.6%를 차지하고 있다. 총 여신 규모는 6월말 기준 6조8,060억원으로, 케이뱅크보다 많다.
게다가 두 은행 모두 상반기 각각 120억원(카카오뱅크), 395억원(케이뱅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출범 초기 대규모 ICT 투자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많아서다.
이러한 인터넷은행의 고전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낸 시중은행들과 대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중 국내은행이 올린 이자이익은 1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9.5% 늘었다.
인터넷은행은 연체율 상승은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재윤 케이뱅크 부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였던 중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라며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흑자 전환 기간도 상당히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당시 대학생 등에게도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준 탓”이라며 “연체율 관리가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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