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월세 4배 이상 인상
건물주에게 쇠망치로 상해 입혀
‘고의성’놓고 검찰ㆍ변호인 격론
재판부, 증인신문 거쳐 6일 선고
“혼을 내주려는 뜻이었지 죽이려 한 의도는 없었습니다.”(변호인 측)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면 살인의 목적을 달성했을 것입니다.”(검찰 측)
올해 6월 임대료 인상 문제로 다투다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두른 서울 서촌 궁중족발 사장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가 4일 살인미수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전 본가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에 대해 연 국민참여재판에서다. 국민 배심원이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을 지켜본 뒤 유ㆍ무죄 평결 및 적정한 형량을 토의한 뒤,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 판결을 내리는 재판 형식이라 증거와 법리 싸움은 치열했다.
김씨는 6월 7일 서울 강남구 골목길에서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건물주 이모(60)씨에게 돌진한 뒤 이씨의 머리를 망치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건물주가 월세를 한 번에 4배 이상 올린 사건이 발단이 돼,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김씨에게 살인의 ‘의도’(사망을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었음을 인식하는 것도 포함)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이날 검찰은 “김씨가 당일 아침 건물주 이씨 집 앞에서 승용차를 타고 대기하다, 이씨가 나오자 뒤쫓은 뒤 이씨의 머리를 겨냥해 미리 준비한 쇠망치를 휘둘렀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이곳은 임차인 보호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김씨의 행위가 살인미수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곳”이라며 평결 과정에서 건물주 ‘갑질’에 대한 판단을 배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이씨를 때려 부상을 입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칼이 아닌 망치를 준비했고 범행 후 도망갈 준비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계획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강제집행 당시 김씨의 손가락이 반 정도 절단됐고 아직도 감각이 없다” “99를 가진 분이 1을 빼앗지 못해 이러는 걸까 억하심정이 있었을 수 있다”며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배심원단은 이날 증거조사와 5일 증인신문을 거쳐 재판부에 김씨의 혐의에 대한 의견을 낼 예정이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고려해 6일 오후 2시에 선고한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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