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화학약품 냄새…
음식물 쓰레기 썩은 것 같아”
어제도 100여건 신고
매립가스 포집정 균열 등 추정
현장점검했지만 원인 못밝혀
“정부 차원 제도적 장치 시급”
“여기가 인천 국제도시 맞습니까?”
인천의 대표적인 주거밀집지역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청라국제도시가 최근 잇따라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어 국제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해졌다. 이들 도시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악취 민원이 쇄도하고 있으나 원인은 물론 진원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만 더욱 고통받고 있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3일 저녁10시부터 4일 오전9시까지 아파트단지 등에서 100여건의 악취 신고가 빗발쳐 행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 지역 악취는 청라국제도시 전역에 걸쳐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주로 발생했으며 특히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 악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서구는 인근 수도권매립지 제 2매립장에 있는 매립 가스 포집정에 균열이 생겨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복구 작업을 요청했다. 서구에 따르면 청라에서는 지난 7월에도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심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수백 건 접수됐다.
당시 서구는 청라국제도시 북쪽에 있는 인천 서부 일반산업단지에서 공촌천으로 하수가 유입되면서 악취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이재현 서구청장이 7월말 공촌전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 유관기관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회의에서 “청라국제도시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악취 저감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으나 악취발생원은 아직껏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또 다른 국제도시인 송도에서도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차례 200여건의 악취 신고가 잇따랐다. 특이 이달들어서도 심한 악취로 창문을 열 수 없다는 내용의 주민 민원이 접수된 뒤 지난 2일까지 모두 15건의 악취 민원이 들어왔다.
신고자들은 "가스나 화학약품 냄새 같다"거나 "음식물 쓰레기가 썩은 냄새가 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수구와 서구 등 관련 기초단체는 악취민원이 제기된 지역을 조사했지만, 아직 뚜렷한 악취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청라ㆍ송도국제도시 입주민들은 악취에 따른 생활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송도의 새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김모(35·여)씨는 “총 4번의 악취를 맡았는데 냄새는 가스냄새보다 더 역하고 강했다”면서 “2살짜리 아들을 키우는데, 아이 건강문제부터 걱정이 앞서 악취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청라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부 박모(38)씨는 "외출하기 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악취 상황을 체크하고 나가는 게 일상이 됐다"면서 “악취 냄새가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자주 발생해 국제도시 이미지가 나빠져 집값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천시는 주거지역 곳곳에서 집단 악취 민원이 잇따르자 최근 특별대책을 내놨으나, 내년에 계획한 '악취 실태조사'를 제외하면 '측정장비 확충'과 '주민 참여 모니터링 강화' 등 기존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주거지역 악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악취방지법'은 산업시설 등 사업장 중심으로 규제하는 법률로, 주거지역 악취를 관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인천연구원 관계자는 “현행 악취방지법은 2000년대 초반 안산·시화지역 공업지역 악취문제가 발생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산업단지 중심의 법이 됐다"며 "산단 주변에 주거지역이 조성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복합악취 기준치를 강화하고 악취 물질·농도 범위를 확대하는 등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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