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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첫 노조, 월 300시간 살인근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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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첫 노조, 월 300시간 살인근로 막는다

입력
2018.09.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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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첫 노동조합인 넥슨 노조가 3일 출범했다. 넥슨 노조는 게임 출시를 앞두고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고강도 근무(크런치 모드)와 야근수당도 주지 않는 포괄임금제를 개선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게임업체에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 지회의 배수찬 지회장은 4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을 통해 게임업계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배 지회장은 “크런치 모드라는 건 쉽게 말해 일을 두 달치 주면서 한 달 안에 끝내라는 것”이라면서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회사는 야근수당을 안 줘도 된다”고 밝혔다. 넥슨에서 프로그래머로 8년 정도 일해온 배 지회장도 “한 달에 최대 300시간 정도를 일했다”고 말했다. 평균 근로시간의 두 배 가까이 일을 해도 보상은 전혀 없었던 셈이다.

게임업계는 고용 안정성도 매우 열악하다. 배 지회장은 “팀이 폭파(해체)되면 이직이 강요되는 업계 분위기는 일상적인 일”이라며 “노동조건이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폭파’는 게임을 개발하다가 상품성이 떨어지면 회사에서 팀을 해체시키고 이직을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열악한 게임업계의 근무 환경 때문에 노조의 필요성은 일찌감치 제기됐으나 ‘폭파’가 일상화된 조직에서 감히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회사와 주 52시간 근무제 협상에 나설 근로자 대표를 뽑으면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시작됐다. 배 지회장은 “투표로 선출됐는데 말이 대표지 권한 같은 건 없었다. 노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거였는데 근로자 대표 3명이 같은 뜻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은 근로자 대표를 중심으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회사측이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일이 넥슨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노조가 출범할 때까지 비밀이 지켜졌고, 출범 이후 회사측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배 지회장은 “잘해보자는 반응이었다. 일단 (회사측의) 첫 모습은 신사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동료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배 지회장은 “우리가 가자마자 환영한다고 외치면서 음료수도 갖다 주고, ‘노조 가입 신청서를 늦게 썼다’며 뛰어와 건네주는 분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입 조합원 수는 노조 출범 하루 만에 300명을 돌파, 전체 직원 수(약 4,000명)의 10%에 육박했다.

넥슨 노조가 발표한 설립 선언문에는 ‘크런치 모드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모드로 바꿀 게임업계 제1호 노동조합을 세운다’고 돼 있다. 그만큼 넥슨 노조는 자신들의 활동이 업계에 큰 파급 효과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배 지회장은 “다른 업체에서도 노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저희도 노력을 할 생각”이라면서 “노조는 싸우고 그런 게 아니라 미래의 우리에 대한 투자이고 보험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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