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의 기억도 선선한 가을 바람에 슬며시 잊혀진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인 봉평에서는 9일까지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축제가 열리는 봉평면 문화마을 일대는 지금 소설에서 묘사한 풍경 그대로다.
나귀를 타고 메밀꽃밭을 걸어볼 수 있고, 전동 카트를 개조한 ‘메밀꽃 열차’도 꽃밭을 누빈다. 포토 존에서 추억의 DJ박스, 사랑의 엽서쓰기에 참가해도 좋고, 나 홀로 한적하게 메밀밭 오솔길을 거닐며 사색에 빠질 수도 있다. 이효석문학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문학마당에서는 문학 산책, 거리 백일장, 독서 토론회 등이 열린다. 시골장터를 재현한 전통마당에서는 민속놀이와 다양한 메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3년 후 개봉하는 사랑의 돌탑 캡슐, 연의 끈, 사랑을 메모하는 터널 등 ‘사랑과 인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새롭게 선보인다. 축제장 곳곳에 숨겨진 기념 스탬프를 찾아 ‘소설 체험북’에 도장을 찍으면 선물을 증정한다. 체험북을 사면 메밀꽃밭과 문학관 입장이 무료다.
무주 남대천 일원에서는 9일까지 ‘무주반딧불축제’가 열린다. ‘자연의 빛, 생명의 빛, 미래의 빛’을 주제로 다양한 생태체험과 문화예술 공연이 어우러진다. 천연기념물 제322호인 반딧불이는 전 세계적으로 2,100여종에 이르지만 국내에는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 북방반딧불이, 꽃반딧불이, 늦반딧불이 5종이 서식하고 있다. 무주에서 볼 수 있는 늦반딧불이는 꽁무니에서 발산하는 빛이 밝아 환상적인 밤 풍경을 연출한다. 축제의 백미는 당연히 반딧불이의 비행과 군무를 직접 보는 탐사 프로그램이다. 무주 읍내 축제장에서 반딧불이 서식지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반디나라관’에서는 낮에도 반딧불이의 발광 모습을 볼 수 있고, 천체과학 해설사와 별자리를 찾는 ‘반디별 소풍’도 즐길 수 있다. 무주 향토 문화를 재현하는 섶다리 공연, 반딧불이 먹이인 다슬기와 치어를 방류하는 프로젝트도 열린다.
원주에서는 11일부터 6일간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 열린다. '길, 사람, 소통'이라는 주제로 해외 10개국 38개팀을 포함해 총 230개팀, 1만4,000여명의 공연단이 원도심 원일로와 특설무대를 춤과 음악으로 가득 채운다. 주 무대인 ‘따뚜’ 공연장은 관객들이 퍼레이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길이 120m, 폭 15m의 직사각형으로 꾸민다. 축제 기간 함께 열리는 '다이내믹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인디밴드, 국악, 스트리트 댄스, 마임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프리댄싱페스타'에는 초소 5명에서 20명으로 팀을 꾸려 참가할 수 있다. 1,500만원의 상금을 놓고 문화의 거리에서 경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 외에 충남 홍성에서 남당항대하축제(9월 13일까지), 전남 영광에서 불갑산상사화축제(9월 13~19일), 경남 하동에서 하동북천 코스모스 메밀꽃축제(9월 21일~10월 7일)가 예정돼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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