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결과에 ‘文정부 처지’ 달라져
北 비핵화 조치 의향이 바로미터
5일 예정된 2차 대북 특사단 파견은 지난 3월 1차 파견 때보다 문재인 정부에 더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비핵화ㆍ평화체제 교환 협상을 들러붙게 만든 북미 간 입장 차를 조금이라도 좁혀낸다면 1차 때처럼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이 부각되겠지만, 남북관계만 풀어 미국이 죄고 있는 북한 숨통을 틔워주는 형국이 될 경우 협상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특사 파견 성패의 관건은 추가 비핵화 조치 의향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서 확인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 얘기다. 만약 특사단이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와 우라늄 등 핵 물질 생산 시설 가동 중단 등 미국이 요구하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교착한 북미 협상을 움직일 동력이 확보되는 건 물론 한국 정부의 입지도 탄탄해질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3일 “특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사실로 미뤄 북한은 1차 때처럼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 양보 조치와 미측에 바라는 대가를 담은 협상안을 제시한 뒤 남측이 워싱턴을 상대로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지를 지켜볼 것”이라며 “미 행정부 입장에서도 일부라도 핵 신고를 받고 낮은 수위의 종전선언을 해주는 식의 타협을 하는 게 11월 중간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에 핵 승리를 선언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퇴로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게 특사단이 해야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1차 파견 당시보다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처음 만남을 주선하는 것보다 만나다 틀어져 돌아선 양측을 다시 마주앉게 하는 일이 더 힘든 법이다. 더욱이 대북 제재망(網) 이완을 극도로 경계하며 과속을 단속하는 미국과 지나치게 외세 눈치를 본다며 민족 공조 가속을 채근하는 북측 사이에서 남측 정부는 ‘샌드위치’ 신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연락사무소 개소나 경제협력 등 남북 교류 관련 의제에만 특사단이 마지못해 합의하고 올 경우 그렇지 않아도 대북 속도 차이로 미묘해진 한미관계가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사단이 남북 정상회담 일정만 확정하고 돌아와도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대북 소식통은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역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라며 “당일치기 방북에서 특사단이 정상회담 날짜만 박아와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선방으로 여길 수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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