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만년 중ㆍ하위팀으로 분류돼 왔던 왓포드 FC의 질주가 예사롭지 않다. 2,3연승 때만 해도 반짝 돌풍이겠거니 싶었던 이들의 활약은 3일(한국시간) 홈 구장인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8-2019 EPL 4라운드에서 손흥민(26)의 소속팀인 토트넘 핫스퍼전까지 이어졌다. 후반 초반 한 골을 내주고도 두 골을 몰아치며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왓포드는 이번 시즌 들어 브라이튼&호브 알비온과 개막전을 시작으로 번리, 크리스탈 팰리스를 내리 꺾으며 승승장구 했다. 이렇다 할 스타도 없이 중ㆍ하위권 전력의 팀들을 꺾고 달려오던 왓포드의 연승행진은 4라운드 토트넘전에서 꺾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왓포드는 이날 후반 막판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토트넘의 골 문을 두드리며 기어코 승리를 따냈다.
후반 8분 자책골 이후 24분 주장 트로이 디니(30)의 동점골에 이어 31분 크레이그 카스카트(29)의 역전 헤딩골로 홈 관중을 열광케 했다. 이날 승리로 구단 역사상 첫 EPL 무대 4연승과 토트넘전 승리 등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 왓포드는 현재 첼시ㆍ리버풀과 함께 최다승점(12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라있다.
시즌 개막 전까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활약이다. 지난 1월 팀의 강등 위기 때 왓포드의 지휘봉을 잡았던 자비 그라시아 감독은 개막 전 유럽 베팅 업체들로부터 가장 먼저 경질될 감독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 시즌 강등 위기를 벗어나 14위로 시즌을 마감한 왓포드는 별다른 선수 영입 없이 돌입한 이번 시즌 승승장구 중이다.
돌풍의 중심엔 올해로 9년째 왓포드 유니폼을 입고 뛰는 ‘캡틴’ 트로이 디니가 있다. 국내 팬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탄탄한 체격과 탁월한 골 감각, 적극적인 수비가담까지 보이며 알짜배기 활약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한 벤 포스터(35)가 젊은 선수들이 많은 왓포드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2015-2016시즌 레스터시티처럼 저력을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들은 시즌 초반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은 시즌 ‘즐기는 축구’를 예고했다. 그라시아 감독은 토트넘전 직후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즐거운 순간을 보내고 있고, 이를 즐기려 한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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